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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 페루 리마에서(5)

젠장, 페루 사람들은 너무 친절해

by 윤메로나 Jan 2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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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아침에 나가서 자정쯤 들어왔다

실제로는 새벽 한두시에도 많이 들어오고 있고

14시간 시차때문에 보고와 회의가

오후부터 집중되어 얼굴 보기가 힘들다

정신없이 일하고 들어와서  미생에서 보았던 뻘건 눈으로 오늘 뭐했냐고 물으며 잠들어 버린다

안쓰럽다

주재원의 삶이란 바쁠 수 밖에 없다는걸

알지만 안쓰럽다 

우리는 우리 역할을 하며 적응하는 수밖에 없었다


스페인어는 적응을 하면서 천천히 배우고 싶었다

영어로만도  중심지에선 살아갈 수 있다하니

그러려 했다


이런데 이놈의 페루 사람들이 문제였다


그들은 너무 친절하고 정이 많았다

생경한 환경에 두리번 두리번 거리는 우리에게 나서지않고 조용히 미소를 보내다가

우리가 입을 떼며 저 혹시... 하면

걱정하지마 우리가 보고있었어

하듯이 다가와 말을 들어 주었다

영어를 잘 하는 사람도 적당히 하는 사람

그들은 무슨 말로 라도,  팔을 토닥이며라도

소통을했다


학생시절 외국에서 학교를 나온 남편은 한국인이

오히려 더 무섭다고 했지만 처음 외국 생활을 하는

우리에겐 그저 한국 사람이 간절했다

관광지가 아닌 생활권인 고급 주택과 아파트들이

있는 거리엔 외국인과 페루인들만 가득 했다


회사에서 유심을 제공해 준다고  기다리다 보니

일주일이 소요되었고 그동안 데이터가 없어서 

이 바쁜 세상에 사람들을 붙잡고 길을 물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래서 하루 한두번 장을 보고 산책을 할 때면

하루 20명이상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날들이 계속되었다 이야기들은 짧기도 길기도 했다


점심 먹고 들어가는 길이라며 15분을 함께 걸어

우리를 바래다 준 3명의 세뇨리따들은

'너의 Grasias 발음은 훌륭해

조심하고

도움을 청하고

그저 고맙다고 하면 돼'

라며 가득한 미소로 목적지의 문앞까지 데려다

주었다 마치 핸드폰이 생기기 전인것처럼

우리는 일주일간 그런 시간을 보냈다


아름다운 이 길들은 모조리 생소해서

어디가 어딘지 나오기 전에 보고 나온 지도가

소용이 없었다


그들은 자신의 번역기를 켜주었고

걸음을 멈추어 시간을 내주었다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나라에서 당당하게 영어 할

줄 아세요? 를 너무 많이 물어 보고 다니는것이

미안했기에 점점 질문을 짧아져만 갔다


'올라, 세뇨리따, 웡?'

저 안녕하세요 선생님 실례지만 웡마트 가는 법을

아시나요? 라는 말을 그저 고이 접어 함축해서

내 표정과 눈에 담아 물어보면

부유해 보이는 사람도 일을 하던 사람들도 커피를

사서 나오던 사람도 청소를 하던 사람들도 등돌리고

있던 사람들도

단 한명도 손을 내져으며 지나침이 없었다

젠장, 너무 미안해서 스페인어부터 배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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