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의 반대는 NO력

노력

by 최승호

"오늘은 그냥 쉴까?" 달리기를 시작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 질문이 머릿속을 맴돈다. 특히 날씨가 좋지 않거나, 몸이 피곤하거나, 별다른 이유 없이 귀찮을 때면 더욱 그렇다. 그럴 때마다 깨닫는다. 노력의 반대는 게으름이 아니라 'NO력'이라는 것을. NO력의 힘은 강력하다. "오늘은 비가 와서 NO", "어제 늦게 잠들어서 NO", "일이 많아서 NO", "몸이 아파서 NO" 온갖 그럴듯한 이유를 붙여가며 NO를 외친다. 신기한 건 이 NO력이 정말 창의적이라는 점이다. 매번 새로운 이유를 만들어낸다. 마치 변명의 전문가가 된 것처럼.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 나는 NO력의 달인이었다. 운동해야 한다는 생각은 늘 있었지만, 실행으로 옮기지 않을 이유는 더 많았다. "운동복이 없어서 NO", "운동화가 적당하지 않아서 NO", "운동할 장소를 몰라서 NO", "운동 방법을 모르니까 NO" 심지어 "운동하면 땀나는 게 싫어서 NO"까지.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어처구니없는 이유들이었다.


하지만 4월 1일 첫 발을 내딛으면서 깨달았다. NO력과 싸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단 YES부터 하는 것이었다. 완벽한 준비, 완벽한 조건, 완벽한 기분을 기다리다 보면 영원히 시작할 수 없다. 그냥 운동화 끈부터 매고 보는 것이다. 물론 달리기를 시작한 후에도 NO력은 여전히 강력하다. 특히 달리는 중간에 찾아오는 NO력은 더욱 교묘하다. "오늘은 컨디션이 안 좋으니까 여기서 그만", "원래 계획한 거리는 3km였는데 2km 뛰었으니까 충분해", "무릎이 약간 아픈 것 같으니까 그만둬야겠어" 달리면서 느끼는 힘듦을 핑계 삼아 포기하라고 속삭인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그 NO력을 무시하고 조금만 더 버티면, 어느 순간 몸이 적응하기 시작한다. 처음엔 죽을 것 같던 호흡도 안정되고, 무거웠던 다리도 가벼워진다. 그때 깨닫는다. NO력은 대부분 거짓말이었다는 것을.


20일 동안 연속으로 10km를 뛸 때가 가장 극명했다. 3일째부터 몸이 "NO! 오늘은 정말 쉬어야 해!"라고 아우성쳤다. 7일째에는 "일주일이나 뛰었으니 충분하지 않아?"라고 협상을 시도했다. 15일째에는 "거의 다 왔으니까 여기서 멈춰도 돼"라고 유혹했다. 하지만 매번 NO력을 무시하고 신발끈을 맸다. 결국 20일을 모두 채웠을 때의 그 성취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NO력과 싸우면서 배운 것이 있다. NO력은 보통 시작 전에 가장 강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막상 운동복을 입고,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면 NO력은 힘을 잃는다. 이미 절반은 이긴 셈이다. 가장 힘든 건 소파에서 일어나는 그 순간이다. 또 하나 발견한 것은 NO력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정말 몸이 아픈가? 아니면 그냥 귀찮은 건가?", "오늘 쉬면 내일은 정말 뛸 건가?", "지금 포기하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대부분의 NO력은 이런 질문 앞에서 힘을 잃는다. 사실 명확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회피하고 싶은 마음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NO력이 특히 강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비 오는 날, 추운 겨울, 몸이 피곤한 저녁, 집에 있고 싶은 주말. 그런 날일수록 더욱 조심해야 한다. NO력은 우리의 약한 순간을 정확히 알고 있다. 그럴 때일수록 더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10km가 부담스럽면 5km, 5km도 부담스럽면 1km, 1km도 힘들면 집 앞 한 바퀴라도.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매일 뛰는 동기가 뭐냐"라고. 사실 동기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동기에 의존하면 동기가 사라지는 순간 나도 멈추게 된다. 중요한 건 NO력과 싸우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운동복을 미리 준비해두기, 운동 시간을 정해두기, 함께 뛸 사람 찾기, 작은 보상 시스템 만들기.


요즘 들어 NO력의 패턴을 파악하게 되었다. 주로 오후 3시경, 저녁 7시경에 강하게 나타난다. 그 시간대만 잘 넘기면 된다. 마치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사라진다.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걸 안다. NO력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하루하루 작은 승리를 쌓는 것이다. 오늘 NO력을 이기고 10분이라도 뛰었다면, 내일 NO력과 싸울 때 "어제도 했는데 오늘 못할 이유가 없지"라는 무기가 생긴다. 작은 승리들이 쌓여서 큰 변화를 만든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NO력이 속삭인다. "오늘은 비가 오니까 그냥 쉬어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안다. 이 글을 다 쓰고 나면 그냥 밖으로 나갈 것이라는 걸. NO력보다 YES력이 더 강해졌다.

노력의 반대는 게으름이 아니라 NO력이다. 그리고 NO력을 이기는 방법은 거창한 의지력이 아니라 작은 YES의 반복이다. 오늘도, 내일도, 그냥 YES라고 외치면서 하면 된다.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03화보여주려고 뛰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