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는 되지 말자
새벽 5시 10분, 알람이 울린다. 러닝화를 신고 문을 나서는 순간까지도 '오늘은 그냥 쉴까'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어제의 나를 떠올린다. 또다시 미루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든다. 처음 러닝을 시작했을 때 나는 전형적인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운동화를 사놓고 몇 달째 신발장에 그대로 두었고, 러닝 앱을 다운로드해 놓고는 한 번도 실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마라톤을 완주하는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했다. 전형적인 '아무나'의 모습이었다.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위로처럼 들리지만 때로는 공허한 위안으로만 느껴졌다. 그래, 러닝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특별한 재능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복잡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냥 발을 움직이면 된다. 하지만 정작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첫 러닝을 나간 날, 500미터를 겨우 뛰고 헉헉거렸다. 숨이 차서 걷기 시작했을 때, 옆을 지나가는 어르신께서 가뿐한 걸음으로 나를 추월해 가셨다. 그 순간 깨달았다. 러닝은 정말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누구나' 안에 나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을. 아니, 정확히는 나 스스로를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것을.
나는 러닝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선수는 아니지만 학창 시절부터 체육대회 때 계주를 할 만큼 달리기 하나는 자신 있다고 생각했다. 그냥 뛰면 되는 것이고, 체력이 없으면 지치고, 꾸준히 하면 실력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제대로 해보지 않았기에 진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머릿속으로만 계획을 세우고, 이론으로만 접근하면서 실제로는 한 발짝도 내딛지 않았던 것이다.
두 번째 러닝에서는 1킬로미터를 목표로 했다. 세 번째에는 2킬로미터. 그렇게 조금씩 거리를 늘려가며 한 달이 지났을 때, 문득 주변을 둘러보게 되었다. 새벽부터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뛰고 있었다. 젊은 직장인부터 70대로 보이는 어르신까지,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거리를 완주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들 중 누군가는 5킬로미터를, 누군가는 10킬로미터를 뛰고 있었다. 나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이미 나보다 훨씬 멀리 뛰는 사람도 있었다. 내가 '언젠가는'이라고 미루는 사이에, 그들은 이미 시작했고 지속하고 있었다. 시간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이었다.
1개월이 지나자 5킬로미터를 무리 없이 뛸 수 있게 되었다. 3개월 후에는 10킬로미터를 뛰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러닝이 단순히 체력 향상만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매일 아침 일어나 신발끈을 매는 그 순간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에서 '무언가를 하는 나'로의 변화였다.
처음에는 의지력으로 억지로 나갔던 러닝이, 어느 순간 안 하면 오히려 이상한 일상이 되어 있었다. 탁월함이란 한 번의 위대한 행동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매일 반복하는 작은 습관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몸으로 배웠다. 우리는 우리가 반복적으로 행하는 그것이 된다. 하지만 여전히 게으른 날이 있다. 비가 와서, 피곤해서, 바빠서 러닝을 건너뛰고 싶은 날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오늘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하루를 마무리할 것인가? 힘들게 쌓아놓은 습관을 허무하게 깨드릴 것인가?" 복잡한 이유나 완벽한 계획이 필요한 게 아니다. 눈 한번 질끈 감고 그냥 하면 된다.
러닝을 하며 만난 사람들 중에는 정말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이 있었다. 건강 관리를 위해 시작한 아저씨, 우울증 극복을 위해 뛰기 시작한 직장인, 아이와 함께 뛰려고 시작한 엄마. 모두 각자의 이유로 시작했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은 일단 '시작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조용한 절망 속에서 살아간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시간만 흘려보내는 것, 남들이 하는 걸 부러워하기만 하면서 정작 자신은 변화를 위한 어떤 시도도 하지 않는 것. 그렇게 하루하루를 그냥 견디며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허무한지 깨달았다.
러닝을 시작한 지 5개월이 지난 지금, 나는 확신한다. 아무나는 되지 말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핑계만 늘어놓는 아무나, 시간만 보내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아무나, 남의 성공을 부러워하면서도 노력하지 않는 아무나가 되어서는 안 된다.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말의 진짜 의미는 '나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누군가 하고 있다"는 현실은 '나도 할 수 있다'는 증거다. 중요한 건 완벽한 계획이나 엄청난 의지력이 아니다. 그냥 시작하는 것이다. 시작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고, 계속하는 데는 습관이 필요하다. 러닝을 통해 이 두 가지 모두를 배웠다. 첫 발걸음을 내딛는 용기와 매일 아침 신발끈을 매는 습관. 그 작은 반복이 결국 나를 바꾸었다.
오늘도 새벽 러닝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시작하기 전의 나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적어도 무언가를 시도하고 지속하는 사람이 되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서툴러도, 남들보다 느려도, 적어도 '아무나'는 아니다. 변화는 거창한 것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알람이 울릴 때 일어나는 것, 신발끈을 매는 것, 첫 발걸음을 내딛는 것. 그런 작은 선택들이 모여 새로운 나를 만든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에서 벗어나, 오늘도 무언가를 시작하는 사람이 되자. 아무나는 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