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려고 뛰는 거야

보여주는거야

by 최승호

매일 짧게라도 글을 써보고 싶었다. 어떤 날은 눈을 뜨자마자부터 글이 써지는 날도 있고, 또 어떤 날은 의도적으로 거실 테이블에 앉아 있어도 한 줄조차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글감이 떠오르지 않으면 직접 발로 뛰어야지.' 그래서 진짜로 집 밖으로 나갔다. 몸을 풀기도 전에 벌써 땀에 흠뻑 젖었다. 또 고민이 들었다. '날도 더운데 그냥 들어가서 쉴까? 아니지, 글감 찾을 때까지 천천히라도 뛰어보려고 나온 거잖아.' 혼자서 내적 갈등을 겪으며, 일단 첫걸음을 내디뎠다.


역시 뭐든 억지로 끌어내려하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글감 찾기를 내려놓고 현재 달리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최대한 나의 보폭에 집중했다. '지금 내가 이 무더운 날씨에 도대체 왜 뛰고 있는 거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달리면서 답을 찾기로 했다. 실제로 달리면서 나름의 답을 찾았다. 바로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나처럼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도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 꾸준히 달리다 보면 처음보다 향상될 수 있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기면서 자기 관리를 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 모두에게는 하루 24시간이 주어진다. 그런데 그 24시간의 쓰임이 모두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부족할 만큼 소중한 시간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다람쥐 쳇바퀴 돌듯 지루한 일상의 반복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서 보여주고 싶었다. 누구나 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안다. 충분한 수면, 깨끗한 식단, 정기적인 운동이 중요하다는 것도 모두 알고 있다. 이론을 인지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다음부터 차이가 나기 시작한다. 인지 후 행동을 해야 하는데 대부분 행동하지 않는다. '오늘 날씨가 너무 덥다. 무려 32도다',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트랙이 젖어 있어서 신발이 다 젖는다. 그러다 다친다', '저녁을 많이 먹어서 아직 소화가 안 됐다. 운동은 내일부터', '무릎이 시큰시큰해서 오늘은 쉬어야겠다' 등 그럴듯한 온갖 이유로 행동을 미룬다. 말보다 행동이 앞서야 할 때가 있는데 꼭 행동이 필요할 땐 말이 앞서는 경우가 많다. 물론 밖에 나와서 움직이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럴 권한도 없다. 그 아쉬운 마음을 글로 달래는 중이다.


비단 운동뿐일까. 독서, 필사, 글쓰기의 좋은 점들을 이야기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뻔하다. '육아하느라 지쳐서 책 볼 시간이 없어요', '글 쓰는 건 작가들이 하는 거죠. 내가 무슨 글 쓰는 재주가 있다고', '남이 쓴 글 따라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요?' 대부분 실천하면 좋다는 걸 알면서도 하지 않을 이유부터 찾는다. 심지어 정말 잘 찾는다. 독서할 시간은 없는데 유튜브 볼 시간은 있고, 필사할 시간은 없는데 밤새 술 마실 시간은 확보해 놓는다. 이상하다.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우선순위의 문제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그냥 보여주기로 했다. 설득하거나 강요하지 않고, 조용히 내 모습을 보여주기로 했다. 무더운 날씨에도 나가서 뛰고, 비 오는 날에도 우산 쓰고 뛰고, 바쁜 날에도 10분이라도 시간을 내서 뛰는 모습을. 완벽하지 않아도 되고, 빠르지 않아도 된다. 그냥 꾸준히, 내 페이스대로 하는 모습을.


누군가 그 모습을 보고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든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거창한 변화를 만들려는 게 아니다. 그저 평범한 사람도 조금씩 변할 수 있다는 걸, 작은 실천들이 쌓여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걸 조용히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오늘도 땀을 흘리며 뛰면서 생각했다. 말로 천 번 설명하는 것보다 한 번 보여주는 게 낫다는 걸. 그래서 오늘도, 내일도 뛸 것이다. 보여주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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