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나
무더운 8월,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달리기'라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8월 4일, 아이들을 재우다가 함께 잠들어버리며 첫 번째 실패를 맛봤다. 할 수 없이 목표를 '하루만 빠뜨리고 매일 달리기'로 수정했다. 그런데 목표를 수정하자마자 하루 종일 비가 쏟아졌다. 하늘도 무심하다. '하루'에서 '이틀'로 또 수정하라는 말인가. 그럴 순 없었다. 오늘은 기필코 뛰겠다.
아이들을 재우는 동안 함께 달리는 아파트 입주민들의 카톡이 쌓였다. "폭우가 내려 금일 쉬겠습니다.", "1층에 나와 보니 도저히 뛸 수 없는 상황"이라는 내용들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다짐했다. 비가 내린다고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생각해 보니 어차피 뛰기 시작하면 땀에 젖는 것이나 비에 젖는 것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간단히 몸을 푼 뒤 달리기 시작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이 날씨에도 뛰는 사람이 있어? 한번 당해봐라'는 느낌으로 폭우가 더욱 세차게 내렸다.
그런데 이상했다. 여름 내내 덥고 습한 날씨에 달려서인지, 차라리 폭우를 맞으며 달리니 시원했다. 가랑비나 소나기였다면 물웅덩이를 피하느라 조심스럽게 달려야 했겠지만, 어차피 시원하게 내리는 폭우라 물웅덩이도 두렵지 않았다. 어린아이처럼 첨벙첨벙 뛰며 매일 달리는 코스를 혼자서 신나게 달렸다. 어두운 밤, 세차게 내리는 빗소리와 희미한 가로등 불빛, 물웅덩이를 밟을 때의 발자국 소리가 온몸에 전율을 일으켰다.
30분쯤 달렸을까. 세차게 내리던 폭우도 지친 모습이었다. 그칠 것 같지 않던 비는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자취를 감추었다. 30분을 버티니 비가 그친 것이다. 그렇게 30분을 더 달려 1시간을 채웠다. 1시간 동안 단 한 명도 만나지 않았다. 비 오는 날 달리기의 장단점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장점은 나 홀로 러닝이 가능하다는 것. 단점은 러닝화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것. 그나마 요즘엔 세탁기와 건조기 성능이 좋아져 조금만 신경 쓰면 된다.
폭우 속 우중런을 완료했다고 인증하면 사람들이 묻는다. "정말로 1시간 동안 뛰었어?" 달리기뿐 아니라 인생을 살면서도 마찬가지다. 무언가를 하고자 했으면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하면 된다. 날씨, 시간, 장소 등 온갖 핑계를 대며 하지 않은 것을 합리화하려 한다. 고민하고 합리화할 시간에 5분이라도 실천해 보길 바란다. "비 오는 날 달리면 미끄러져 다칠 수 있다"라고 걱정한다면, 천천히 달리면 된다. 천천히 달리면 좋은 점도 있다. 달리는 거리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상황이라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이를 깨달으면 날씨나 외부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원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 집중하면 된다. 외부의 자극보다 내면의 힘이 훨씬 강하다. 내가 다짐했으면 우직하게 밀고 나가면 된다. 시선을 분산시킬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