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상하고 싶은데 이상하다고 한다.
중학교 때부터 나의 꿈은 가화만사성이었다. 해가 갈수록 그 꿈은 확고해졌다. 아내와 결혼을 시작으로 내가 꿈꾸던 가화만사성 인생이 시작되었다. 2018년 연초에 결혼과 동시에 임신을 하여 결혼한 그 해 말에 첫째 아들이 태어났다. 나의 꿈이었던 '가화만사성'을 이루려면 기본적으로 아내와 아이를 0순위로 생각하고 집에서부터 잘해야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원래 모든 분야에서 기본과 기초가 중요하다. 가장 쉬운 듯 하지만 완벽하게 익히려면 시간과 노력에 더해 정성까지 필요하다.
자상한 아빠가 되기 위해 육아의 질적인 측면이 중요하겠지만 일단 양적인 육아시간 확보에 힘썼다. 우리나라가 현재 저출산 시대이고, 출산 장려를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직장 내에서 다른 직원들보다 2시간 먼저 퇴근하는 단축 근무를 활용했다. '무슨 남자가 돼서 육아시간을 써서 오후 4시에 퇴근을 하나, 자고로 남자는 밤늦게까지 밖에서 있다가 집에 가는 것', '2시간 일찍 퇴근하면 남은 직원들이 일을 더 많이 하는 것 아니냐?'라는 소리를 들었다. 누가 뭐라 해도 잘 듣는 척만 하고 뒤돌아서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기에 남들보다 2시간 단축 근무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까지는 아니지만 예전보다 업무 시간 내 집중도가 훨씬 올라갔다. 내가 중시하는 가정과 직장 내에서 내가 맡은 업무에 있어서 다른 사람에게 지적받고 싶지 않았다.
'저것 봐, 육아시간 쓴다고 옆 직원들한테 피해 주는 것 봐'라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직장에서는 업무적으로 최선을 다했고, 퇴근 후 얼른 아이들 어린이집 하원, 태권도장 픽업 등을 가서 이른 시간부터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자상한 아빠가 되고 싶었으나 사실 나도 아빠 역할은 처음이라 도대체 어떻게 해야 자상한 아빠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그 고민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육아서도 읽고, 유튜브도 활용하면서 육아에 대해 이론적으로 많이 접했지만, 사실 아이의 성향과 기질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실전 육아에서는 정답이 없다. 양적인 차원에서의 의미 없는 육아시간 확보보다는 늦게 퇴근하면 늦게 퇴근하는 대로 10~15분이라도 스마트폰을 저 멀리 두고 아이와의 시간에 집중하라는 내용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어떻게든 칼같이 퇴근하고자 노력했고,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해서 일수도 있지만, 사실 퇴근 후 아이들과 놀이터에서 놀면서 아이들의 신박함, 기발함을 보며 놀랄 때도 있고, 엉뚱한 행동들을 보며 회사에 있을 때보다 훨씬 많이 웃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평생을 살면서 길거리를 걷다가 나의 연락처를 물어봐주는 사람이 없었는데 아파트 놀이터에서는 간혹 가다가 "아저씨, 연락처 좀 알려주세요. 저장해 놓고 연락해도 돼요?", "아저씨, 누구 아빠예요?", "아저씨, 내일도 놀이터 오세요?"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초등학교 1~3학년 저학년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은 편이다. 정작 우리 아들과 딸을 내팽개쳐두고 다른 아이들과 뛰어놀거나, 축구를 하다가 저 멀리에서 딸이 그네에 앉아서 "아빠, 나 그네 밀어줘야지."라고 소리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럴 때면 놀던 아이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얼른 놀이터로 넘어가서 딸이 내려올 때까지 그네를 밀어준다.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가정의 달로, 각종 행사들로 넘쳐난다. 특히,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이 학교에서 어버이날 맞이 일주일 간 효행 활동 인증 미션을 가지고 왔다. 엄마, 아빠 말보다 학교 선생님의 말씀을 따르는 아들이기에 엄마, 아빠 안마해 주기, 심부름하기, 신발 닦아주기, 설거지 도와주기, 분리수거 도와주기 등 모든 미션을 완벽하게 해내었다. 아들이 다니고 있는 태권도장에서도 어버이날 이벤트를 했는데 아이들이 가정 내에서 엄마와는 포옹, 뽀뽀 등 스킨십을 잘하고 있으나, 아빠와는 스킨십이 없는 가정이 많은 것으로 파악하여 아빠와의 미션으로 '안아주면서 뽀뽀해 드리기'였다. 태권도장에서 어버이날 미션을 받아온 아들이 나에게 "아빠, 태권도장에서도 어버이날 미션 있어. 미션 하면 스티커 3장 준대", "응, 미션이 뭐야?", "엄청 쉬워, 안아주면서 뽀뽀하기", "아빠랑 맨날 하는 게 미션이네. 저녁에 촬영해서 관장님께 보내드리면 되겠네" 그렇게 말하고는 혼자 속으로 뿌듯했다. 내가 꿈꾸던 가화만사성이 이러한 사소한 부분들이 쌓이고 쌓여 좋은 남편, 자상한 아빠라는 결과물까지 이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마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이고, 노력했는지에 따라 그 결과물이 달라진다.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더라도 노력한 만큼은 다가간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아이들에게 자상한 아빠가 되기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자상한 아빠인 척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