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하게 살아도 모자랄 판
육아는 언제 하고? 운동은 언제 하고? 글은 언제 쓰고? 책은 언제 읽고? 일은 언제 해? 축구도 한다며? 잠은 언제 자? 등 주변 지인들에게 많이 듣는 말이다. 이것저것 한다고 해서 잠을 3~4시간만 자는 것도 아니다. 최소 6시간에서 7시간은 자야 하는 사람이다. 일반인 평균보다 잠이 더 많은 편이다. 그래서 늦은 밤 해야 할 일이 있음에도 졸음을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를 자책하며 잠든 게 30년 가까이 되어간다.
10대, 20대 때에는 본인의 잠도 이겨내지 못한 것에 대해 자책을 많이 했는데 30대 후반인 지금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졸리면 그냥 바로 잔다. 자고 싶을 때 언제든지 잘 수 있는 것도 큰 축복이라는 것을 주변 지인들을 보면서 깨달았다. 정말 중요한 일이 있을 때에는 아이들을 재우기 전에 아내에게 "오늘은 꼭 해야 할 일이 있어서 깨워줘야 돼"라고 몇 번씩 이야기를 해놓고도 잠이 든다. 어렸을 때 엄마가 잠든 나를 못 깨웠듯이 아내도 나를 깨우는 일은 힘들다고 한다. 어디서든 눕자마자 뒤통수만 닿으면 30초가 채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는 깊이 잠들어 꿈도 꾸지 않는다. 눈뜨면 해가 떠있다. 이를 부러워하는 지인들이 많은데 나름 MBTI가 ISFJ인 나로서는 해야 할 일이 있음에도 그대로 잠드는 나 자신이 한심할 뿐이다.
어렸을 때부터 전문적으로 배운 운동은 없지만 건강을 중요시하는 일반 생활체육인으로서 하루 10분이라도 어떻게든 맨몸 운동, 조금 더 투자해서 하루 만보 걷기라도 의식적으로 해내려고 한다. '왜 그렇게 쉬지 않고 몸을 혹사시키는지?'라면서 좀 쉬라는 지인들도 있다. 우리 모두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고 그 해석이 다르다. 나는 헬스장에서 가서 웨이트를 해도 한 부위를 하는데 30분이 넘지 않는다. 30분이면 충분하다는 말이 아니다. 한 부위를 30분도 못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꾸준히 한다. 근육을 키우고 몸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서는 꾸준한 식단과 무게도 증량을 해야 하는데 나는 발전이 없다. 유지라도 되면 그나마 다행이다. 괜히 유튜브나 SNS 등에 올라오는 무시무시한 훈련 방법을 따라 하다가 나 같은 초보는 부상을 당하기 쉽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는데 부상을 당해서 오랜 시간 쉬어야 한다면 그것 만큼 비효율적인 것도 없다.
그리고 제목은 이 글의 '부지런한 척하다가 부지런해졌다.'이지만 사실 난 정말 게으른 사람이다. 게으름을 가리고자 부지런해 보이는 척을 하려고 개인 SNS에 육아하는 아빠, 운동하는 남자, 책을 출간한 작가, 새벽 6시에 독서모임을 하는 사람인 척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척을 하려면 진짜로 그 행동(척)을 하기는 해야 한다. 아예 하지도 않고, 인증을 할 수는 없다. 그것은 거짓 인생이다. 부지런한 척을 하다가 진짜 부지런해지는 것과 매번 부지런한 척만 하는 것은 같은 척이지만 엄연히 다른 척이다.
나는 내가 하는 부지런한 척을 포함하여 모든 척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하는 척을 하지만 대충 하지 않는다. 하는 척을 대충 하면 나 스스로도 찜찜하고, 주변 지인들도 다 안다. '뭐 쟤는 맨날 깔짝깔짝 하는 척만 해, 간 보는 것도 아니고, 맨날 저래'라고 할 정도이다. 그럴 바엔 그냥 하지 않는 것이 시간도 절약되고 본인의 정신 건강에도 이롭다. 뭐라도 하는 척을 하려면 일단 열심히 해보기를 바란다. 뭐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드물다. 반대로 나처럼 꾸준히 오래 해도 잘하지 못하는 사람도 드물겠다. 나 같은 사람도 그냥 한다. 괜히 상대방 하고 비교한답시고 잘하려고 하다가 스트레스를 받고 포기할 바엔 안 하는 것이 낫다. 내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잘하지 말고, 그냥 하면 된다. 그것이 부지런한 척이든 공부든 운동이든 연애든 육아든 뭐든
그래서 난 오늘도 필사를 했고, 운동(자유수영)을 했고, 근무 중인 아내 회사에 가서 팀원들에게 커피도 사고, 스승의 날이라서 딸 어린이집 선생님, 아들 태권도장 관장님께 작은 선물도 드리면서 감사함을 전했고, 아들과는 루틴대로 귀가하자마자 보드게임을 하고, 피곤해하는 딸을 책 2권으로 재웠으며, 또다시 아들과 난센스 퀴즈 대결을 하고, 하루의 마무리를 브런치 글쓰기로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