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많이 팔리지 않아도 괜찮아

괜찮다고 했지 마냥 기쁘진 않아

by 최승호

살면서 첫 책을 낸다는 건 정말 특별한 일이다. '아이들은 죄가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책을 들고 출판사에서 나올 때의 그 기분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학교전담경찰관으로 일하면서 직접 겪은 이야기들, 위기에 처한 아이들과의 만남, 학교폭력 현장에서 느꼈던 안타까움과 희망을 고스란히 담은 책이었다.


내심 '이 책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읽어야 해.' 그런 확신이 있었다. 학교폭력은 늘 사회적 이슈인데,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생생한 이야기니까 당연히 관심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베스트셀러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교육 분야에서는 화제가 될 거라고 기대했다.


출간 첫 주, 나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인터넷 서점 순위를 확인했다. 예약판매 기간 중에 아주 잠시나마 교육 분야 100위권에 들었을 때는 정말 기뻤다. '첫 책부터 베스트셀러가 될 수도?'라는 김칫국을 몇 그릇이나 마셨다. 지인들에게 조심스럽게 책 출간 소식을 알렸고, SNS에도 나름 열심히 홍보 글을 올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현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순위는 일주일 만에 100위 권 밖으로 점점 뒤로 밀렸고, 판매량도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주변 사람들이 "책 많이 팔렸어? 베스트셀러 작가되면 부자 되는 거야? 미리 사인 받아놔야겠네"라고 한 마디씩 할 때마다 멋쩍게 웃으며 대답을 얼버무렸다. 솔직히 말하면 부끄러웠다. '내 이야기가 별로였나? 글 실력이 부족했나?' 자꾸만 자책하게 됐다. 아이들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썼는데, 정작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예상치 못한 메시지 하나를 받았다.

"선생님 책을 읽고 정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저도 교직에 있는데, 사각지대에 있는 학생들을 대할 때마다 선생님 책에서 읽은 내용이 생각나요.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감사합니다."

한 통의 메시지였지만, 그 순간 뭔가 확 깨달았다.


책이 많이 팔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정말 필요한 한 사람에게, 적절한 시기에, 딱 맞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그게 더 중요했다. 그 후로도 간간이 메시지가 왔다. 학부모, 학교 교육복지사, 청소년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분들이었다. 모두 "도움이 됐다", "위로가 됐다", "아이들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럴 때마다 '아, 이것만으로도 충분하구나' 싶었다.


다음 책을 준비하면서도 마음이 많이 달라졌다. 베스트셀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예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보다는 진정성에 더 집중하게 됐다. 30대 후반, 두 아이의 아빠로서 겪는 일상의 이야기들. 완벽하지 않아도, 다 못해도 괜찮다는 메시지. 이것도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이야기일 거라고 믿는다. 혹시 다음 책도 많이 팔리지 않을 수 있다. 아니 출간조차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괜찮다.


어딘가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힘들어하는 어른들에게,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하는 위로가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책을 쓴다는 건 결국 '나'를 알아가고, 내 이야기를 정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나 자신도 많이 배우고 성장한다. 독자가 한 명이든, 천 명이든, 만 명이든 그건 사실 큰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진심을 다해 쓰는 것, 그리고 정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말하고 싶다. 책이 많이 팔리지 않아도 괜찮다. 물론 내 목표는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당연히 많이 팔리면 좋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니까.

keyword
목요일 연재
이전 19화눈뜨지 못해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