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와 나

by 아마추어 진화기

(Image credit: The Ocean Agency)


그러니까 어린 나의 손가락에 남아있던 그 까끌거리던 감촉은 산호초가 죽어지고 난 다음의 말라 버린 뼈대였던 것이다. 영광스럽게도 화려하고 다채롭게 하늘 거리던 시절과는 거리가 먼 모습으로 그 작은 어항 한편에 우둑허니 놓여 있던 조각들, 그들이 겪어 냈을 시간들에 대해서는 조금의 관심도 없던 시절이었다. 그 옆을 지키던 소라게의 무료한 하루만큼이나 무의미의 상징처럼 보였던 산호초가 훗날 6번째 대멸종의 상징이 될 거라고는 더욱이 알지 못했다.


한 곳에 정착한 채로 번식하기에 식물로 인식되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산호는 사실 식물이 아닌 동물이다. 산호초와 공생 관계에 있는 미세조류가 광합성을 통해 산호에게 영양분을 공급하고 서식지를 제공받는다. 아름답고 다채로운 빛깔도 그 공생관계 덕에 가능한 것이다. 미세조류들을 비롯해 다양한 먹이 사슬에 참여하는 여러 생물종까지 포함한다면, 산호는 바다 표면의 1%도 채 차지하고 있지 않지만 25%에 달하는 바다 생물종에게 서식지를 제공하고 있는 그야말로 생물 다양성의 집결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산호초의 백화현상이 우려를 넘어 경고의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다. 백화 현상은 말 그대로 탈 조류화를 의미하고, 산호의 직접적인 영양원이 되는 공생관계의 소멸은 산호의 생존을 위협하게 된다. 바다의 수온 상승, 이산화 탄소 과배출로 인한 산성화 및 인간에 의한 독성 물질 배출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급격히 일어나는 기후 변화에 일선에서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비단 사라지는 것이 산호만은 아니지만, 백화 현상이 던지는 '폐허'라는 시각적인 메시지는 6번째 대멸종의 상징이 되기에 충분하다. 자연의 파괴는 새삼스러운 일은 아닐지언정 어쩌면 많은 부분이 계획되어진 파괴이기도 하다. 사라져 버린 자연의 조각조각 위로 인공의 무언가 들어서고, 인간의 요구에 맞춰 특정한 무엇들이 길러지고 자라나기 위해 개발되었다. 많은 부분, 파괴를 위한 파괴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백화 현상으로 죽어진 산호초, 그 파괴는 계획된 것도, (이리 빠르게 확산될 거라) 예상된 것도 아니어서 , 더욱이 인간의 터전과는 조금 떨어진 바닷속 상황이기에 '폐허'로 남아 있을 수 있게 된 것은 아닐지.


그리고.. 폐허를 바라보는 것은 언제나 슬프고 비참한 일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재건의 노력이 세계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접근을 통제하는 것에서부터 마치 정원을 가꾸듯, 양식된 산호를 이용해 산호초를 복구해 나가는 일까지, 폐허가 된 공간을 다시금 생물 다양성의 표본이 될 수 있게 만들고자 하는 시도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불가능처럼 느껴질지 모르지만 이러한 노력들에 자연의 복구 능력이 더해져 산호초가 예전의 영광을 다시 누릴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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