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살 밖 자유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집을 읽고 떠오른 것들 /표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집을 읽고 떠오른 것들
초등학생 때 서울 대공원에서 동물들을 구경한 적이 있다. 오래전 일이라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았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사자들에게 먹이를 주는 쇼를 봤던 일이다.
사자들은 창살이 아닌 넓은 담장에 갇혀있었고, 그들에게 주어진 것은 적당한 크기의 풀밭이었다. 여기서 사자들은 할 일 없이 뛰놀다 먹이 주는 시간에 사육사가 고기를 던져주면 몇 점이라도 더 먹기 위해 서로 으르렁거리며 싸우며 먹고 자는 게 일과였다.
라이언킹에서는 밀림의 왕으로 추앙받던 사자였는데, 현실에서는 동물원 한구석에서만 살아있어야 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계속 먹이 주는 쇼를 보던 중 동물원 측에서는 사자들의 야성을 보호하기 위해 매주 금요일에는 고기를 주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야생에서 사냥과 생존의 본능을 지켜주기 어려울 것 같고, 오히려 너무 많은 개체의 사자가 한자리에 있으니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만 받을 것 같았다.
그렇게 사자들은 잠만 자고 심심할 때 조금 뛰노는 무기력한 수준이 되어가는 운명에 처했는데, 약 삼 년 전 두바이와 자매결연을 한 서울 동물원이 사자 가족을 포함한 27마리의 동물을 이민 보내고, 세 마리의 단봉낙타를 받는 일이 생겼다. 내 예상처럼 그동안 많은 개체가 한정된 공간에 사육돼 동물복지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그때의 반출로 쾌적한 사육공간을 확보하고 사자들에게도 자유를 주는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가로막힌 담장 안에서 담장 뒤의 세계를 상상하지 못했을 사자들이 자유로운 곳으로 떠났다니 정말 좋은 일이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스스로 자유의 기회를 잡았다가 불행한 운명을 맞이한 동물이 있다. 그 동물은 표범과 같은 고양잇과 맹수인 2010년생 암컷 퓨마였다.
사건은 1년 전 대전에서 암컷 퓨마가 방사장의 외부와 연결된 출입구 단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열려있던 상태의 출입구를 통해 외부로 나가면서 일어났다. 그 퓨마는 창살에 지친 나머지 눈에 뵈는 것 없이 뛰쳐나와 난생처음 자유를 느끼다 마취총이 효과가 없다며 사살당했다. 평생을 작은 우리에서 살며 몇 발자국도 자유롭고 뛰놀지 못하고 관광객들의 추억을 위해서만 소비되다 노년기에 접어들어서야 고작 몇 시간만 세상을 즐기고 갔다니……. 당장 지구 상에 모든 동물원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머리에 총을 맞고 사살된 퓨마를 교육용으로 박제하겠다는 소식이었다. 퓨마 박제 이유는 마가 멸종위기종 등급이 2등급이라 생물 다양성 보존을 위한 취지라고 했지만, 이런 행보는 비이성적으로 느껴졌고 퓨마를 두 번 죽이는 짓이다. 사람들도 이것에 문제의식을 느꼈는지 온 기사에 비판 댓글들이 쏟아진 덕분에 퓨마의 장례는 수목장으로 치러져 동물원 내의 숲에 묻혔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동물원에서 영원히 떠나지 못하는 운명이 기구하다.
앞으로는 사람의 허술한 문단속으로 자유를 추구하다 죽음을 맞이하는 동물들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인간의 이기심으로 평생을 창살과 담장 속에서 보내는 동물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