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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윤 Feb 08. 2022

알렉스 카츠 전시회를 다녀와서

잊었던 봄을 상기시키다


  벌써 새해가  지나가고 2월도  흐르듯 흘러가고 있다. 얼었던 연못은 녹고 잿빛이었던 산은 초목으로 물들 시기도 얼마 남지 않았다.


  번도 넘게 봄을 겪어봤지만, 봄은  감회가 새로운 계절이다.  하면 빠질  없는 것이 꽃이다. 개나리는 병아리가 옹기종기 뭉친 노랗고 조그마했다. 진달래는 홀로 자랄 때는   보인다. 그러나 군집을 이룬 진달래들이 산을 온통 분홍빛으로 물들인  보면 낙원의 어딘가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밖에도 벚꽃, 목련이 떠오른다. 3 하순 벚꽃이 만발할  정말 예쁘고 아름다운 꽃이란  느끼고 길을 거닐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너무나 약한 꽃이라 너무나 빨리 떨어져 짓밟히기 일수였다. 비라도 오면 거의 전멸을 해서 뭉쳐있는 꽃잎들을   있었다. 반대로 목련은 지난겨울 동안 두툼하게 몸집을 키워 천천히 우아하게 깨어난다.


  기지개를   목련은 소복이 쌓인 눈처럼 하얗고 부드럽다. 자목련은 더욱 매력적이다. 누군가 물감을 칠한  마냥 그라데이션이 표현된 자목련을 보면 꽃이 오리 가길 바란 적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쉽게 자취를 감추는 꽃들과 달리 목련의 끝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느끼게 했다. 방치된 바나나 껍질을 따라 하듯  늘어져 갈변해야 그제서 떨어지는 목련은 항상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주에 다녀온 알렉스 카츠전은 그런 나의 마음을 달래주듯 만발한 꽃들로 가득했다. 전시회의 이름은 Flowers로 캔버스엔 단순화된 꽃들이 그려져 있었다. 작가는 꽃의 형태와 배경을 단순화하고 실제 크기보다 크게 표현했다. 자연 그대로의 느낌을 주기 위해 색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부피감을 주기 위해 음영도 넣은 것이 느껴졌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배경엔 먼저 칠한 물감이 마르기 전에 다음 획을 더하는 ‘웻 온 웻(wet-on-wet)’ 기법이 있었다. 이 기법은 작가만의 전매특허라는데, 덕분에 비발디의 사계 중 봄처럼 시시각각 변화하는 꽃을 표현할 수 있었다.


 올해 94세를 맞이한 일렉스 카츠는 잭슨폴록을 중심으로 추상표현주의 붐이 일었던 1950년대 뉴욕에서부터 유행에 휩쓸리지 않았다. 그 노력에 미국 을 대표하는 구상화가 될 수 있었다. 구상화가 구시대적이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이겨내고 꿋꿋이 봄을 맞이한 그의 인생이 한 송이의 꽃이다.


 생화와 조화는 생기에서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작가의 작품 앞에 서면 생명력이 한껏 느껴졌다. 알렉스 카츠가 코로나와 겨울바람에 한껏 시든 관객들에게 영양제를 선물해준 기분이다. 꽃을 더욱 돋보이기 위해 보색을 활용한 점도 눈에 띄었다. 특히 만개한 자목련에 민트색 배경은 단순함과 우아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사진을 찍은 듯 캔버스에 담은 작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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