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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Aug 04. 2020

아침은 꼭 차려줘

15년 차 동갑내기 부부의 결혼생활 이야기 15

  남편이 결혼식을 앞두고 나에게 딱하나 부탁한 것이 있다. 바로 아침식사였다. 아침은 꼭 밥으로 챙겨 먹고 다녔던 남편이기에 아침식사만은 좀 차려 달라고 한 것이었다. 반찬은 없어도 되니 국과 밥만 차려달라고 했다. 나는 그게 어려운 부탁도 아니고 해서 흔쾌히 알겠다고 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아침잠도 많은 사람이었고 초등수학 학원강사로 그 당시 7,8년을 일하면서 더더욱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생활패턴이 자리 잡고 있었다.


  초등수학 학원의 출근시간은 아이들이 학교를 끝마쳐야 오는 곳이라 오후 1시나 2시부터였고 퇴근시간은 7시쯤이었다. 6학년들의 마지막 수업을 끝나면 학부모와 상담전화까지 하다 보니 8시쯤 퇴근을 했다.


  그래서 자연스레 아침에 늦게까지 자고 일어나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출근을 했던 것이다.


  결혼 후 신혼 때 한두 달 쉬고 다시 1,2년 동안 초등학원에서 일했던 터라 아침을 차리는 일은 나에게 정말로 힘든 일이었다.


   특히나 일찍 출근하는 남편이었기에 나는 아침 일찍 힘들게 좀비처럼 일어나 아침상을 차려주고 출근을 시키고 다시 잠들기 일쑤였다.


  정말 힘들었지만 적응하다 보니 잘하게 되었는데 1년에 한두 번은 진짜 내가 늦잠으로 못 차려줄 때를 빼고는 말이다.


   지금 결혼 15년 차까지도 아침을 잘 차려주고 있는데 몇 년 전부터는 남편도 아침을 안 먹고 갈 때도 있고 본인이 직접 차려서 먹고 가기도 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나 첫째를 갖고 마흔 넘어 둘째까지 생기면서 내가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어하니 남편도 더 이상 아침식사를 요구하지 않게 되었고 요즘은 자주 요리를 만들어주기까지 한다.


  그런데 결혼 15년 차가 되었지만 나는 아직도 요리하는 건 정말 재미있고 신나는데 설거지와 빨래 널기 그리고 빨래 개기는 지금도 하기가 싫다. 음, 빨래 널어주고 개어주는 기계는 없나?



아침으로 자주 해 먹는 압력솥 계란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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