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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Jul 27. 2020

상추쌈을 돌리는 남자

15년 차 동갑내기 부부의 결혼생활 이야기 14

  20대 후반 무렵 동갑친구들끼리의 남녀 모임이 있었다. 서로 친구들의 친구들을 데리고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친목 도모를 위해 생긴 모임이었다.


  어느 날 한 친구가 자신의 친구를 데려와서 새로운 멤버도 환영할 겸 다들 퇴근 후 고깃집에 모였다. 새로운 그 친구 s의 첫인상은 키가 크고 덩치도 크고 유달리 땀을 뻘뻘 잘 흘리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말도 잘하고 유머러스한 친구라 다들 금방 친해졌다.


  열댓 명의 친구들이 고깃집에 모여 열심히 삼겹살을 구워 먹고 있는데 s가 상추에 고기와 채소를 넣고  쌈장을 찍은 상추쌈을 싸서 나에게 내미는 것이었다. 가만 보니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친구들에게 상추쌈을 싸서 돌렸고 내가 마지막으로 받은 것이었다.


  속으로 '참, 자상한 친구네.'라고 생각했다. 많은 남자들을 보았지만 상추쌈을 싸서 주는 남자는 처음 봐서 참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당시 나는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일하고 있었는데 s라는 친구와 유머 코드가 엄청 잘 통해서 서로 웃기기 배틀이라도 붙은 양 재미있는 수다를 자주 하며 친해졌다.


  그 이후에도 마음이 맞는 친구들끼리 더 자주 보곤 했는데 영화도 보고, 노래방도 가고, 도서관도 가고 매달 생일 축하 모임 식사도 하고 그랬던 기억이 난다.


  어느 날은 s와 둘이서 지하철을 타게 되었는데 지하철이 흔들리자 나의 한쪽 어깨를 두 손가락으로 살짝살짝 잡아주는 것이었다. 손으로 잡는 스킨십이 오해가 될 수도 있고 혹여나 내가 불쾌하게 생각할까 봐 배려하는 모습을 보고 '참 매너 있는 친구구나.'라고 느꼈다.


  s와는 좋게 지냈다가도 투닥투닥 싸우기도 자주 했는데 오죽하면 서로 "너 같은 남자(여자)랑은 절대 결혼하지 말아야지."고 말할 정도였다.


  그래도 싸울 때보다 잘 통하는 구석이 더 많아서 자주 어울리게 되었고 점점 둘이서 연락하는 시간들이 길어지고 둘이서 만나는 시간도 많아졌다.


  s는 우리가 알게 된 지 1년이 지난 어느 날 사귀자고 고백을 했고 우리는 친구에서 연인이 되었다. 그리고 다시 1년 후 그 s는 나의 남편이 되었다.


  집에서 만든 상추 쌈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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