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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Jun 19. 2020

혼자 몰래 하고 온 마지막 시험관

파란만장 난임극복 이야기 열세 번째


  이제 시험관을 하기 위해 난자채취를 했는데 한 번의 채취로 46개의 난자가 나왔다. 그중 24개의 수정란을 얻었고 4번의 시험관이 실패로 끝났다. 그리고 아기 없이 살기로 하고 잘 지내던 어느 날 냉동해둔 수정란 서너 개로 마지막 시험관을 조용히 몰래 혼자 하고 오기로 마음을 먹었다.


  예약전화를 하고 며칠 후 산부인과로 향했다. 출발 전 미리 생각해둔 준비물도 챙겼다. 4번의 시험관을 하면서 느낀 게 이식을 하고 안정을 위해 한 시간여를 누워 있다 오는데 이식할 때 얇은 원피스형 환자복을 입고 누워있어서 인지 이불은 덮어주지만 손, 발이 차고 조금 춥다는 느낌이 들었다. 긴장도 되고 혈액순환도 잘 안돼서 더욱  그런 것 같았다. 그래서 핫팩과 수면양말을 가져가기로 했다.


  용인 집에서 강남에 있는 병원으로 한 번에 가는 직행버스를 타고 병원에 도착해서 늘 편안하게 이모님처럼 대해 주시는 선생님과 이런저런 수다를 떨며 마음 편히 이식을 했다.


   이식이 금방 끝나고 누운 채로 이동침대에서 병실로 이동후 병실 침대로 옮겨 누웠다. 그때가 6월이었는데 그날따라 더 몸이 춥게 느껴졌다. 그래서 간호사분께 발 쪽이 좀 춥다고 얘기하니 따스한 바람이 나오는 온풍기를 발 쪽에 놔주었다. 그리고 나는 챙겨 온 핫팩을 양손에 쥐고 수면양말을 신은 후 발바닥 아래에도 핫팩을 붙였다. 그러니 몸이 서서히 따스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1시간여를 누워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직행버스를 탔다. 남편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자 가서 한 시험관이라 괜히 미안하기도 하고 임신 노력은 안 하기로 했는데 혼자 하고 왔으니 혼날까 봐 걱정도 되고, 암튼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있는데 갑자기 버스가 끼익 하며 급정거를 하더니 오른쪽 왼쪽 차선을 왔다 갔다 하고 난리가 났다.


  '이러다 사고 나는 거 아니야?'라며 깜짝 놀라 앞쪽에 있는 손잡이를 계속 꽉 붙잡았다. 몸이 앞으로 쏠리고 옆으로 흔들리고 하니 속이 울렁거릴 정도였다.


  잠시 후 무슨 일인가 하고 보니 버스 기사님과 옆 차선 자가용 운전자 간에 시비가 붙은 것이었다. 그래서 그 운전자가 우리 버스 앞을 갑자기 막고 다른 차선으로 못 가게 하는 등 계속 깐족대며 위협을 했던 것이다.


  버스 안에 승객이 나 말고 몇 분밖에 안 계셔서 기사님도 홧김에 상대를 하신 건지. 암튼 무서움과 긴장 속에 있다가 벌렁벌렁 하는 가슴으로 집에 온 기억이 난다.


   이식하고 나서 절대 안정을 취해도 모자랄 판에 사고까지 날 뻔했던 버스를 타고 오면서 드는 생각이 '아, 망했구나. 마지막 시험관도 실패구나. 나에게 아기는 없는 건가 보다. 진짜 포기해야겠다.' 라며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그냥 평소처럼 막 지내기로 했다. 4차까지의 시험관을 했을 때는 2,3일은 절대 안정하며 누워만 있고 피검사 때까지 무조건 조심하며 보내기 일쑤였는데 이번에는 미리 다 포기하니 마음도 편해서 평상시대로 청소하고, 빨래하고, 요리하고 , 강아지와 산책하고 여기저기 다니며 보냈다.


   게다가 남편한테까지도 비밀로 혼자 하고 온 거라 절대 티를 내면 안 되는 상황이라 더더욱 평상시처럼 보냈더니 시간은 참 빨리 흐르는 것 같았다.


  이식 후 7,8일째가 되자 또 임테기가 하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했다. 기대도 안 하고 포기했지만 임신이 안된 걸 확실하게 확인하자는 생각에 약국에서 임테기를 사 왔다.


  다음 편에 계속.


아파트 화단에서 조카가 발견한 네 잎 클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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