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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Jun 17. 2020

임테기에 미쳐가다

파란만장 난임극복 이야기 열두 번째

  10번 이상의 인공수정, 4번의 시험관을 하면서 시술비도 어마어마하게 들었지만 임테기(임신테스트기)사는데 든 비용도 제법 많이 들었다. 그 당시 한 개에 오천 원씩이었는데 시술을 한번 할 때마다 10개 미만의 임테기들을 사서 해본 듯하다.


   나는 인공수정이든 시험관이든 시술을 하고 나서 7,8일째부터 임테기를 해보곤 했다. 임테기 테스트를 정말 잘 참는 분들은 피검사 전날(이식 후 12일 정도)이나 피검사 아침까지 잘 참던데 나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10번 이상의 인공수정 중 6번의 임신이 성공했을 때 임테기를 해보면 보통 7,8일째부터 흐린 두 줄이 희미하게 나오기 시작했다.


  어떨 때는 소변을 묻혀도 바로 보이지 않고 30-40분 후에 보면 아주 흐린 두 줄이 보일 때도 있었고 휴지통에 버린 한 줄짜리 임테기를 서너 시간 후에 다시 꺼내서 보면 흐린 두 줄이 보이기도 했다.


   흐린 두 줄이 보일 때는 혼자 계속 보고 또 보고 뚫어져라 보면서 나 혼자만 보이는 건지, 내 눈이 이상한 건지, 매직아이처럼 속는 건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나중에는 흐린 두 줄이 보일락 말락 해서 임테기를 뜯어 분해해서 보기까지 했다. 정말 임테기에 미쳐가는 것이었다. 정말 피 말리는 시간들이었다. 오죽하면 난임 카페에 수많은 여성들이 본인의 임테기 사진을 올리며 매직아이인지 진짜 두줄인지를 좀 봐달라는 글들이 수없이 올라올까.


  흐린 두 줄이 보이기 시작하면 또 매일 하루에 서너 번씩 다시 임신테스트기를 해보곤 했다. 점점 진해지는 걸 보고 싶어서 말이다. 그래야 안심이 되면서 '아 진짜 임신이구나, 성공했구나'라며 위안이 되었다.


  화학적 유산에도, 자궁외 임신에도 임테기는 두줄이 보인다. 아무튼 나처럼 임테기에 미치지 않으려면 다른 분들은 두줄 표시가 나오는 임테기 말고 글자나 그림으로는 나오는 임테기를 쓰는 게 좋을 것 같다.


  


  수없이 해본 임테기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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