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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Jun 24. 2020

남편이 나랑 결혼한 이유

15년 차 동갑내기 부부의 결혼생활 이야기 8

  친구에서 연인으로 그리고 부부가 된 우리는 벌써 결혼 15주년 이다. 벌써 15년 차라니 시간이 정말 빠르다. 신혼초 남편에게 왜 나랑 결혼할 생각을 했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러자 남편이 이렇게 얘기했다.


 "당신과 사귀고 있을 때 여느 때와 같이 외근을 다니던 중 차 안에서 라디오를 들었어.사연 하나가 소개되었는데 어머니가 보낸 사연이었지.

  홀로 아들을 힘들게 키워 결혼을 시켜 며느리랑 같이 사는데 오랜만에 친구들에게 저녁을 사게 된 어머니는 며느리에게 용돈을 달라하자 며느리가 용돈을 너무 적게 주는 거야.

  어머니는 잠시 외출했다가 다시 집에 들어가서 용돈을 좀 더 달라고 해야겠다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는데 아무도 없더라는 거야.

  그러다 며느리가 쓴 가계부를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알뜰살뜰 살림을 잘하고 있는 며느리가 기특하구나 생각하다 '웬수용돈 4만원', '웬수용돈 2만원' 등등 이렇게 쓰여있는 걸 보고 털썩 주저앉아 먼저 저세상으로 간 남편 생각을 하며 오열을 하셨다는 내용이었어.

  그런데 그 사연을 듣고 나서 당신이 딱 생각이 나는 거야. 당신은 우리 부모님한테 이러진 않겠다 라는 믿음이 생기더라고."


  그 얘기를 들으면서 나도 그 사연이 참 충격적이었다. 아마도 남편은 연애할 때 내가 남편 교회로 옮겨 교회생활을 같이 하면서 어르신들에게 곰살맞게 잘하는 모습을 봐서 그런 생각이 들었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교회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지 어르신들을 대할때 시원시원하고 싹싹하게 잘 챙겨드린다는 칭찬을 자주 들었고 그 모습을 이쁘게 보시는 것 같았다.


  반대로 내가 남편과 결혼해도 되겠다 생각했던 이유는 남편과 친구였을 때 같이 저녁을 먹게 되었을 때였다. 내가 남편에게 밥을 사주겠다며 명동에 있는 유명한 돈가스 집으로 갔는데, 돈가스 정식 가격이 그당시 7천 원이었어다. 주문을 하고 음식을 기다리는데 남편이(그 당시는 친구였음)


"무슨 돈가스가 7천 원이나 하지? 나는 밥값은 5천 원이 넘으면 비싸서 못 먹겠더라." 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매일 이렇게 사 먹는 것도 아닌데 남자가 뭐 이리 쪼잔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른 한편으로 '이런 남자랑 살면 평생 굶어 죽진 않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한 번은 같이 길을 걷다가 내가 껌을 씹다 뱉어 휴지통에 버리려고 던졌는데 휴지통 바로 옆으로 떨어졌다. 나는 그냥 가려고 했는데 남편이 다시 돌아가서 그걸 주워 휴지통 안으로 버리는 것이다. 갑자기 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항상 이러는 건 아닌데 나도 휴지는 꼭 휴지통에 버리는데 그날은 그냥 작은 휴지라 대수롭지 않게 넘겨 그냥 가려고 한 것이었는데 말이다. 암튼 이 일을 겪으면서 '참 바른 사람이구나'라는 걸 느꼈다.


  동갑이지만 늘 멀리 깊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 그리고 자상하고 항상 예의 바르고 매너 있게 행동하는 사람 또 회사에서 싸바싸바도 못해 승진이 항상 느린 사람, 유머도 많고 영화 볼 때 눈물도 많은 이 사람이라면 평생 같이 해도 되겠다 라는 생각이 든 것 같다.


  아마 그 당시 콩깍지가 제대로 씌웠었나 보다. 후후.


'여보 늘 변함없는(단점도 변함없는. 쿨럭.) 당신을 그래도 사랑해. 알지? '


첫째를 만나기 바로 몇달 전 태국에 놀러가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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