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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Jul 16. 2020

마트 가기 싫어하는 남자

15년 차 동갑내기 부부의 결혼생활 이야기 11

  신혼 때 남편과 일주일에 한 번씩 마트를 갔다. 남편이 뒤에서 카트를 밀며 따라오고 나는 앞서가며 이것저것 비교해보며 쇼핑을 했다.


  그런데 문득 뒤통수가 따가워졌다. 뒤를 돌아 남편을 보니 눈에는 쌍심지가 켜있고 얼굴은 뚱한 표정이다. 남편은 쇼핑하는 것이 너무너무 싫었던 것이었다.


  그런 표정을 하고 있으니 나도 맘 편히 쇼핑을 못하겠어서 살 것들만 후다닥 사서 집에 오곤 했는데 나도 기분이 좀 안좋았다.


  회사가 바쁜 남편이라 늘 9시 이후 퇴근하고 일주일에 두 번 쉬는데 하루 정도는 남편이랑 알콩달콩 쇼핑도 하고 여유 있게 구경도 하고 그럴 줄 알았는데 쇼핑하는걸 너무나 싫어하니 그냥 빨리 후다닥 사고 와야 한다는 게 나랑 참 안 맞는구나라며 속상했던 것이다.


  특히나 집 주변에 코스트코도 있고 트레이더스도 있어서 가면 볼 것도 많고 살 것도 많은데 늘 시간에 쫓겨 쇼핑하는 게 나는 참 불만이었다.


  남편은 나랑 어디든 같이 다니는 건 좋은데 쇼핑 자체를 싫어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쇼핑은 살 것만 빨리 딱 사는 것이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첫아이가 결혼 6년 만에 생기면서 필요한 것도 많고 사야 할 것도 많아지니 남편이랑 마트에서 쇼핑하는 시간들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육아용품에 대해서는 오히려 나보다 남편이 더 꼼꼼하게 비교해서 보고 또 보고 하게 되었다.


  그런데 점점 남편이 나보다 쇼핑하는 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청바지 하나 사는데 청바지 매장을 10개 이상 들락날락하며 1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걸리자 나는 버럭 짜증을 낼 정도였어요. 그랬더니 남편이 딸아이와 나에게 근처 카페에서 음료수 마시며 쉬고 있으란다. 허허.


  요즘은 쉬는 날만 되면 코스트코, 이케아, 식자재마트, 리퍼브샵 등 다양한 매장들 중 한 곳을 가보는 게 일상이 되었다. 이제는 내가 반대로 둘째 육아로 지치다 보니 남편 혼자서 쇼핑을 다녀오기까지 한다. 거기다 그릇세트들을 보면 그렇게 사자고 하는데. 이젠 나하고 완전 반대가 되었다. 흐흐.


  흠. 여성 호르몬이 많아져서 일까? 남성 호르몬이 부족해서 일까? 쿨럭.



마트에서 둘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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