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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 Nov 21. 2022

외대생이 말하는 언어 전공생의 이야기

헝가리어과로 산다는 것

헝가리어과 전공이라고 하면 무조건 처음에 듣는 말이 있다.

“헝가리어요? 신기하다!”

“왜 헝가리어과에 갔어요?”

“헝가리어 해주세요!”



사실 헝가리어과에 왜 왔냐고 물어보면 딱히 거창한 이유가 없다. 다른 전공생들과 마찬가지로 언어 전공생들이 다들 그렇다. 내가 본 바로는 외대생들에게 왜 외대 또는 이 언어를 왜 선택했냐고 물어보면 성적 맞춰서, 그 나라에 살다와서, 언어 배우는 게 멋져 보여서 등의 이유이며, 당신들이 '와~' 할 만한 그렇게 대단한 이유는 없다. 


사실 외대생뿐만 아니라 어느 대학, 어느 학과 학생들에게 물어봐도 비슷하지 않을까? 단지 자신들에게 생소하니까 신기하게 생각하는데 헝가리어과도 경영학과, 심리학과, 컴퓨터공학과도 똑같이 학문을 배우는 과이다. 언어를 배우는 사람들에게만 씌워지는 편견이랄까 뭔가가 있는 것 같다.



일단 외대라고 하면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하고, 헝가리어과면 헝가리어를 잘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당신들의 생각일 뿐이다. 실제로는 영어를 못하는 사람도 많고 전공어를 못하는 사람도 많다. 애초에 전공어를 살리는 사람이 많지도 않다. (물론 여기에는 더 복잡한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엮여있기에 여기서 말하긴 어렵지만)


질문받는 당사자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의 궁금증 해소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질렸다. 당연히 궁금하겠지. 나도 이해는 간다. 그런데 수학과 전공생에게 수학과에서 배운 공식 말해보라고 하나? 철학과 전공생에게 소크라테스에 대해 이야기해봐라 하나? 전혀 그렇지 않다. 만약 물어봐서 대답해준다 해도 이해하지도, 알아듣지도 못한다. 헝가리어과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헝가리어로 뭘 말해도 알아듣지 못한다. 그럼 물어보지 말아라.

 

본인 입장에서는 한 번 물어보는 거지만, 내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열 명, 백 명이 물어보는 것이다. 나는 졸업할 때가 되어서야 이 질문에 익숙해졌다. 첫 2년 동안은 아무리 들어도 적응이 안 되고 어렵고 당황스러웠다.



이런 질문들을 자주 듣다 보니 아예 전공어로 자기소개를 준비해놓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는 준비하지 않는다. 어차피 들어도 못 알아들을 거고 왜 헝가리어로 말해달라고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사실 언어가 그리 거창한 게 아니다. 그 나라 사람들의 문화와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게 언어라고 생각한다. 또한 그 언어를 통해 그들과 소통하는 것이다.


외국어를 잘하면 좋은 점 중 또 하나는 모국어로 존재하지 않는 자료를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어보다 영어로 작성된 글이나 영상이 훨씬 많다. 내가 영어를 할 줄 알면 그만큼 나의 세계도 넓어지는 것이다.



필자가 좋아하는 문구가 있다. 

"나의 언어의 한계는 나의 세계의 한계이다."

나는 내 세계를 넓히기 위해, 우물 안 개구리로 살지 않기 위해 언어를 공부하고 해외에 나와 사는 것일 뿐이다. 



다른 사람들이 언어 전공생에게 “왜 헝가리어과에 갔어요?”, “헝가리어 해주세요”라는 말을 하기 전, 역지사지로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외국어에 대한 편견이나 환상을 조금만이라도 내려놓았으면 한다.


필자가 하는 얘기가 잘 이해가지 않는다면, 당신은 왜 그 전공을 선택했는지 먼저 생각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목표가 있어서 간 사람도 있겠지만 보통 한국 한생들은 성적 맞춰서 가거나 좋아 보여서 그냥 가는 게 대부분이다. 외대생도 똑같다. 그냥 그렇게 이해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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