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직원 면담을 하고자 오전 10시 쯤 회사 뒤 스타커피숍에 갔다. 그런데 그곳에 삼십대 중후반의 여성들이 가득이어서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아니 이 시간에 여성 손님이 엄청 많네.”
“이사님, 이 시간이 아이들 학교 보낸 엄마들이 모여서 브런치에 수다 떠는 시간이잖아요.”
그랬다. 그 커피숍 옆에는 강남에서 꽤 유명한 초등학교가 하나 있었으니 아이들 등교 시키고 엄마들이 모인 것 같았다. 초등학생 학부모니 나이가 많아봐야 40대 초반 정도일 것으로 보였다.
그날 기억을 뒤로하고 퇴사 후의 삶을 충실하게 산지 거의 5개월 정도 되니 이젠 기억에서 지워지고 있던 일이다. 날도 추워지고 밖에서 걷거나 집 앞 산을 오르는 것도 심심해서 수영장을 찾았다. 오랜만에 수영가방을 들고 20분을 걸으니 돔구장 지하에 수영장이 있었다. 자유수영 3,500원을 결재하고 들어갔다. 락커가 한산한 것이 묘한 기분이었다. 평일이라 그렇겠지 하며 샤워를 하고 수영복을 입고 보무도 당당하게 입장을 했다. 원래 내 시력이 그리 좋지 않으니 그저 실루엣 정도로 보이지만 느껴지는 압박은 나를 당황하게 했다.
‘왜 남자가 없지!’
평일 오후 2시 자유수영. 점심을 해결한 주부와 프리랜서인 듯 보이는 골드 미스, 그리고 나머지 70%는 65세가 훌쩍 넘어 보이는 할머니들이었다. 갑자기 소심해졌다. 남자는 없나하고 두리번거려 본다. 발견했다. 헐 안전요원? 강사? 아니 다시 도수가 있는 수경을 끼고 수영장 안을 스캔하니 와 약 5%의 남성들이 간간히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대도 안심이었다.
수영장을 거의 5년도 더 되어 갔으니 초급레인으로 갔다. 다행히 초급에는 할아버지들이 좀 있다. 내가 이 레인에서는 가장 젊어 보였다.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잘 모르겠다. 그곳에 나이 지긋한 주부와 할머니들은 관계는 매우 단단해 보였다. 가끔 할아버지들이 거기에 끼어들려 말을 섞지만 이내 외면당한다.
처음에는 50m, 다음에 100m를 쉬지 않고 하니. 가슴이 빡빡해지면 숨이 차다. 그리고 다시 하려는데 초급반 레인은 나와 속도가 맞지 않았다. 레인을 옮겨야 하나? 중급레인을 보니 완전 여성전용이다. 아~~~ 갈까 말까. 망설이다. 레인을 옮겼다. 중급레인이 그래도 나의 속도에는 좀 맞았다. 200m를 가쁘게 돌고 숨을 몰아쉬는데 옆에 아주머니가 훅 치고 들어온다.
“혼자 왔수?”
“아, 네.”
그렇게 묻고는 그냥 간다. ‘어, 뭐지?’ 그리고 내가 수영을 멈추면 시선이 따갑다. 오랜만에 느끼는 여초현상의 한 가운데서 강한 레이저를 받는 느낌이다. 평일 수영장은 여성이 많다. 아니 전업주부가 많다. 그러나 나도 전업주부니 당당해지기로 했다. 다음에 올 때는 곧바로 중급레인으로 갈 거다. 그리고 오늘 본 그 아주머니께 내가 먼저 인사하련다. 중급레인에도 남자 몇 명 좀 있어도 될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