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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계진 Aug 29. 2022

여름에 읽기 좋은 소설들

서울 강북 독서모임 <소설읽기 사람읽기 세상읽기>


2022년 6월부터 8월까지, 강북구 인수동 오늘담다에서 <소설 읽기, 사람 읽기, 세상 읽기>(소사세)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 모임 안내 글(클릭))


소사세는 작년부터 강북구 인수동에서 시작한 독서모임인데요.

작년에는 두 번 모임을 열었고, 올해는 코로나가 잠잠해지길 기다렸다가 여름이 되어서야 열었네요.

이번에 함께 모여 읽은 책들은 '여름에 읽기 좋은 소설들'입니다.


순서대로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이기호, 마음산책, 2017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마쓰이에 마사시(김춘미), 비채, 2016

『28』, 정유정, 은행나무, 2013


이렇게인데요. 그럼 순서대로 모임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2022.6.25.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이기호


먼저 6월에 읽은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는 소설가 이기호가 쓴 가족 에세이집입니다. 작가는 특이하게 이 책을 '가족소설'이라고 칭했는데요. "여기에 쓴 이야기보다 쓰지 못한 일들이 더 많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월간지에 몇 해 간 연재했던 에세이들이라 짧게 짧게 읽기 좋습니다.


특이한 제목은 작가의 아들이 막 한글을 배우면서 아빠한테 자랑스럽게 속담 이야기를 해주다가 잘못 말한 걸 제목으로 지은 거래요. 참 기발하고 말랑말랑한 이름이죠. 이기호 작가 개인의 성장담이자 가족의 성장담으로 읽혀서인지 여름과 잘 어울리는 소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책 곳곳엔 재밌고 사랑스럽고 뭉클한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회원분들도 가족 생각이 많이 났다며 여러 이야기를 나눠주셨네요.


2022.7.23.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마쓰이에 마사시


7월에 읽은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는 일본 작가 마쓰이에 마사시의 데뷔 소설입니다. 데뷔작 답지 않은 탄탄한 완성도가 인상 깊은데요. 소설은 노년의 건축가가 건축계에 갓 입문했을 당시의 1년을 회상하는 이야기입니다. 세밀한 묘사가 일품인데, 개인적으로는 건축과 삶을 연결 지어 이야기하는 부분들이 특히나 좋았습니다.


이 책은 다소 두꺼워서인지(432쪽).. 완독을 못한 분들이 꽤 있었어요. 다 읽지 못했어도 모임에 나와주셔서 참 감사했습니다만. 아마도 지나치게 세밀한 묘사가 조금 읽기 부담스럽지 않나 싶어요. 그래도 절반 정도 읽으면 휙휙 진도가 나가는 책이랍니다.


이 책을 가만히 읽다 보면 마치 여름 별장에 와있는 듯한 체험을 하실 수 있어요. 세밀한 묘사 덕분인데요. 무더운 여름날, 푸르고 시원한 수풀림 속 별장에 들른 것 같아 천천히 읽기에 참 좋았답니다.


2022.8.20. 『28』, 정유정


마지막으로 8월에는 정유정 작가의 『28』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정유정 작가가 돼지 구제역 살처분 동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아 구상했다고 해요. 구제역과 같은 일이 (인간이 사랑하는) 반려견들에게 일어난다면 인간은 어떻게 할 것인가, 물으면서 써나간 소설이라고 합니다. 다양한 인물의 사정을 드러내고, 개의 입장에서 서술되기도 하여 입체적이고 실감 나게 다가옵니다. 코로나도 겪어서인지 소설 속 풍경이 조금 더 이해하기 수월하기도 했습니다.


인간의 윤리적 문제를 다룬 책이기에 모임에서도 여러 딜레마 담긴 질문들이 오갔어요. 예컨대 '(내가 모르는) 어떤 아이가 불을 저질러서 내가 기르는 반려견과 함께 불에 갇힐 경우, 누구를 먼저 구할 것인가?' 같은 질문인데요. 질문에 답하긴 쉽지 않지만 그렇게 질문하고 고민해야 조금은 더 윤리적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나눴습니다.


이 책은 정유정 작가의 「악의 3부작」답게 소설이 그려내는 세계는 밝지 않은데요. 그렇지만 역시 정유정답게 흡인력 있는 문장들과 전개 때문에 여름에 읽기 딱 좋은 소설이었습니다. (혹시나 반려견이나 반려묘와 함께 살아가시는 분들이라면 폭풍오열할 수 있으니 사람 많은 공공장소에서 읽는 건 비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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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독서모임을 준비하고 진행하다 보니 여름이 금방 떠나간 느낌이네요.


강북구 인수동 독서모임 <소설읽기 사람읽기 세상읽기>는 9월 한 달은 쉬고 10월에 다시 찾아뵐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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