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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계진 Oct 09. 2022

가을이 왔구나

일상 속 찾아온 가을 풍경

가을이 왔다. 시나브로 변하는 주변 풍경이 내 삶에 하나둘씩 들어와서는 '가을이 왔어', 말을 걸며 알려주었다.


출근하러 집을 나설 때, 아침 풍경이 새벽 풍경으로 바뀌는 걸 보고는 가을이 왔구나, 알았다.


늘 같은 시각 한강을 건너는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무심코 쳐다보던 한강의 풍경이 장밋빛 노을로 물들 때 가을이 왔구나, 알았다.


매달 찾아오는 빌라 청소 날에 유난히 색 바랜 나뭇잎을 많이 쓸면서 가을이 왔구나, 알았다.


점심시간 동료들과 커피 마시러 카페에 가며 길가에 떨어진 은행들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가을이 왔구나, 알았다.


집 안에서 하루에 서너 마리 정도 보이던 모기가 갑자기 열 마리 이상씩 발견될 때, 가을이 왔구나, 알았다.


그러던 모기가 어느 날 갑자기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을 때, 가을이 더 깊어져가는구나 싶었다.


여름 내내 하던 찬물 샤워, 입던 반팔 반바지 잠옷, 덮고 자던 여름 이불 따위가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때 가을이 왔구나, 알았다.


함께 사는 고양이들이 부쩍 잠이 늘고 털이 수북해지는 걸 보고 가을이 왔구나, 알았다.


왠지 모르게 하늘이 선명해 보이고 높게만 느껴질 때 가을이 왔구나, 알았다.


일상 속 여백 같은 시간에 괜스레 산책하고 싶은 마음이 슬며시 올라올 때 가을이 왔구나, 알았다.


이상하게 책이 더 잘 읽히고, 나도 모르게 자꾸만 도서관으로 발걸음이 향할 때 가을이 왔구나,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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