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목적으로 돈지랄의 기쁨에 수록되었던 글을 다시 올립니다.
새벽 다섯 시 알람이 울리면 백만 번 고민을 하다 눈을 뜬다. 잠옷을 벗고 인간의 신체를 보호해 주는 기능의 옷가지를 걸치고 운동화를 신는다. 엘리베이터 거울을 보고 눈곱을 비벼서 떼어낸다. 누구를 만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주는 편안함이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 팔다리를 풀어준다. 그리고 차키로 문을 연다. 사우나로 향한다.
집에서 사우나까지의 거리는 차로 5분 걸어서 15분 정도이다. 굳이 차를 타는 이유는 깨끗한 몸과 기분이 돌아오는 길 땀으로 젖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트렁크에 늘 실려있는 보부상 가방만 한 사우나 가방을 꺼내고 입구를 들어서면 실장님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나야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새벽 출근이 힘들 법도 한데 늘 친절하다. 다섯 시 사우나 문을 열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려면 몇 시에 출근을 할까? 부지런한 사람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미 새벽반 언니들은 탕에서 반신욕을 즐기고 있다.
사우나는 새벽반, 아침반, 오후반, 야간반으로 크게 나뉜다. 늘 비슷한 시간에 오는 사람들끼리 친구 삼아 지내며 서로의 일상을 공유한다. 나는 대중없이 다니는 지라 어느 반에 끼지는 못하지만 또 모든 반 사람들과 면을 트고 지낸다. 하지만 일상을 공유하거나 수다에 끼지 않는 그냥 구석에 앉는 마른 여자이다. 꼼꼼히 샤워를 마치고 온탕에서 몸의 열을 올린다. 예열작업이다. 갑자기 뜨거운 사우나에 들어가면 오히려 몸이 마르고 땀이 나지 않는다. 온탕에서 천천히 몸을 데워 땀구멍을 열어 주어야 한다. 이런 소소한 일에도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콧잔등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하다 어느새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이제 준비가 되었다.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사우나 방석을 챙겨 건식 사우나 문을 열고 들어간다. "안녕하세요." 아는 이가 없어도 인사를 해야 한다. 이유는 잘 모르지만 그들의 법칙이다. 그리고 구석에 방석을 깔고 앉는다. 오늘은 누가 어떤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을지 벌써 귀는 그녀들의 대화로 향해있다.알몸으로 마주 앉아 세상 이야기를 나누는 그녀들이 나는 늘 궁금하다.
오늘을 사는 보통 여자들의 이야기가 사우나에 있다. 나는 들을 준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