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바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사우나와 줌바사이
믿습니까? 믿습니다!
나이트에 온 듯한 신나는 음악에 맞추어 몸을 바삐 움직인다. 눈은 앞을 향하고 몸은 제 할 일을 해야 한다. 아직 몸의 협응 능력이 떨어지는 나에게는 무척이나 고된 노동이다. 나는 여전히 사람들이 눈길을 주지 않는 가장 구석자리에 몸을 숨겼다. 운동은 템빨이라고 시작한 지 이틀 만에 무릎보호대와 줌바용 신발을 구매했다.
여기는 줌바 강의 실이다.
강사님이 외친다.
“믿습니까?”
“믿습니다!”
신흥 종교의 집회 같은 이곳은 살을 빼고야 말겠다는 맹목적인 믿음을 가진 여자들이 모인 그런 곳이다.
옛날 드라마를 보면 화려한 레깅스에 머리띠를 두른 여자들이 에어로빅 삼매경에 빠진 장면이 간혹 나오곤 했다. 아직도 에어로빅을 하는 곳이 간간이 있긴 하나 시대가 변하고 생활스포츠들이 다양해지면서 점점 자리를 잃어가는 것이 사실이다. 흔들고 소리 지르며 스트레스를 풀고 다이어트를 할 수 있는 운동이 필요한 그녀들에게 줌바는 에어로빅을 대체하기에 딱 좋은 운동인 듯싶다.
여자들은 왜 몸을 흔들고 싶어 할까? 왜 소리를 지르고 싶을까?
나의 귀는 언제나 열려있다. 입을 닫으면 귀의 기능은 거의 소머즈급이 된다. 그녀들의 이야기 속에는 사우나와는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몸매를 유지하는 것이 목적인 그녀들이 주된 이야기 소재는 다이어트와 신상 레깅스, 그리고 서로를 견제하는 자리싸움이다. 거기에 강사들의 실력을 평가하는 뒷담화가 있다. 뒤에서 바라보고 있으면 실제 강사보다 더 화려한 몸짓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도 그럴만하다.
줌바는 오전 10시 타임과 저녁 8시 타임이 가장 붐빈다. 보통의 여지들이 가장 한가한 시간이다. 주부들은 아침 일찍 집안일을 끝내고 자기의 시간을 즐기는 즈음이고, 직장인들은 퇴근 후 저녁 식사를 마치고 운동을 하기에 좋은 시간이다. 두 시간대의 주 참여자가 다르니 이야기도 다르다. 줌바는 사우나와 달리 이야기에 집중되는 시간이 아니어서 그녀들의 막간 대화나 수업 중에 일어나는 일들에 집중해야 내가 원하는 먹잇감을 찾을 수 있다. 물론 나 역시 그녀들이 쟁반 위에 올려진 신기한 수다거리일 거라는 것을 눈치채고 있다. 구석에 숨어 동작을 따라 하지 못하는 말없는 여자. 뒤풀이는커녕 수업이 끝나면 몰아치는 숨이 가라앉기도 전에 사라지는 좀 숫기 없는 여자 정도였으면 좋겠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강사의 살이 빠지는 걸 믿느냐는 말에 군인처럼 대답하는
그녀들의 이야기 역시 오늘을 살아가는 평범한 여자들의 조금은 특별한 사연들이 숨어있다. 줌바, 흔하지만 새로운 운동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사진출처 - 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