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두 번 어김없이 핸드폰 알람이 울린다. 아들시키가 밥값을 요구하는 문자다. 고3인 아들은 학교에 가지 않는다. 문제아라거나 수시에 합격한 아이가 아니다. 그냥 자유로운 영혼일 뿐이다. 하루 두 끼를 꼬박 집에서 먹으니 출근하는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인다. 하지만 나는 밥을 잘하지 않는다. 너무 어린 나이에 밥 짓기를 시작했고 결혼하고 20년을 식구들 입에 음식 넣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인지 남들보다 일찍 주부 은퇴를 결심했다. 온 가족이 모이는 날이나 작은 아이가 메뉴를 정하고 요구하기 전에는 밥을 하지 않는다. 나는 1일 1식을 직장에서 해결한다.
세상 신기한 남자를 만났다.
“이건 산 거지?”
“아니, 집에서 내가 한 거야.”
말도 안 된다. 물론 남자가 음식을 잘할 수도 있지만 정말 잘한다. 먹어보지 않아 맛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좀 아쉽긴 하다. 음식이 정갈하고 세련되었다. 오죽하면 내가 그 집으로 입양 가고 싶다는 의사표현까지 했을까. 음식을 잘하는 이 스친 이는 글을 참 잘 썼다. 다소 아린 사랑의 아픔을 가진 글이 많았지만 사람의 감정을 스~윽하고 베고 가는 느낌이 든다. 그러다 그 사람이 쓴 글 사진 아래에서 낯익은 표식하나를 발견했다. 인스타 글을 보면서 반했던 작가 글그림의 낙관이었다. 그리고 그가 글그림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반갑고 놀랍고, 솔직히 좀 부끄러웠다.
“친이, 서운해. 이제 알았어?” 자랑을 하지 않으니 모를 수밖에. 나는 글그림작가가 여자일 것이라 추측했었다. 여성의 감성과 잘 어울리는 글 탓이었다. 쓰고 보니 나도 선입견이란 것을 가진 어쩔 수 없는 사람임을 들켜 버렸다. 음식을 잘하고 글도 잘 쓰는 작가 스친이는 다정하다. 가끔 올라오는 딸과 보낸 시간들을 보면서 ’ 나는 과연 어떤 엄마였을까?‘라고 자문하게 된다. 딸아이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할 것 같은 진짜 부모 마음이 느껴진달까? 그의 감성과 글이 애틋하고, 집 밥에 최선을 다하는 그 모든 마음은 딸아이를 향한 사랑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