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뱀의 꼬리가 "이제부터 머리 역할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다른 몸의 부분들이 우려하며 이렇게 말했다. "너는 눈도 없고 코 도 없는데, 어떻게 우리를 데리고 가겠다는 말이니?" 꼬리는 이 말을 듣고도 아랑곳하지 않고, 앞장서서 몸을 아무렇게나 끌고 갔다. 그 결과 뱀은 돌무더기 구멍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뱀은 등뼈가 부러 지고 온몸에 상처가 났다. 그러자 꼬리가 머리에게 아첨을 떨며 애원했다.주인님! 우리를 좀 구해주세요. 당신과 겨루려고 한 건 제 잘못이에요.
-오십에 다시 읽는 이습우화- 강상구
지금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정치 탓이라고 말한 어느 언론인의 말이 떠올랐다. 경제가 흔들리고, 국격은 바닥을 치며, 국민들은 분노에 들끓고 있다. 누가 뱀의 몸통이고 꼬리인지 말하지 않겠다. 아무리 재주를 부려도 뱀에 불과하다. 주인 흉내 내지 말고 슬슬 기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