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빈 달력

나의 날로 채우고 싶다.

by 정말빛

나는 절반쯤 자발적 은둔형 외톨이다.

밖에서 에너지를 쏟아내고 돌아오면 그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다. 세상 돌아가는 것에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오직 내 에너지를 다시 충전하는 데만 집중한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모가 나거나 겁쟁이는 아니다. 자발적이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다가오니 주변이 떠들썩하다. 세상은 온통 화려한 빛으로 가득한데 내 방은 작은 등하나가 고작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그나마 챙기던 날들인데 이제 성인이 다 되고 보니 딱히 의미를 두지 않는다. 내가 너무 세상과 단절하나 싶은 걱정이 살짝 들기는 했지만 내 일상의 고요함이 좋다.


더 이상 달력에 있는 기념일들이 무의미하다.

차라리 빈 달력이었으면 좋겠다. 누가 만든 기념일이 아닌 그냥 오늘을 살며 내가 만드는 나의 날들이 더 의미 있으니 말이다.


12월 25일은 크리스마스가 아니라 내 친한 친구의 생일로 기록할 것이다.

너무 유명하신 분 덕에 묻혀버린 그의 생일을 빨간색 펜으로 적어주고 싶다.

내가 만든 기념일로.

이미지 - Pinterest

keyword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