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말빛 6시간전

전복죽

아프지 마요...

며칠째 배가 남산만 하게 빵빵해지더니 기어이 탈이 나고 말았다. 요즘 체중이 증가한 탓에 단순하게 살이 쪄 오는 것이라 여겼다. 참 둔한 사람인지라 소화제 몇 알에 의지하며 넘겨보려다 참지 못하고 병원에 들렀다. 심한 장염에 폐렴기까지 있다고 의사 선생님이 난감해했다. 항생제를 쓸 수 없어 미친 듯이 기침을 해대고, 구토와 설사가 겹쳤다. 꼭 죽을 먹어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에 그러겠노라 답을 하고 병원을 나섰지만 아무것도 할 힘이 없었다.


배달 죽을 시킬까 고민하는데 주책맞게 눈물이 흘렀다. 이런 날 죽 한 그릇 쑤어 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니 서러웠다. 대부분 그리 살 터인데 별스럽다. 내 처지가 서러워 친구들에게 어리광 섞인 푸념을 늘어놓았다. 친구에게 문자가 왔다. 자기 손바닥 보다 더 큰 전복 사진이었다.

"이거 자연산이라 엄청 귀한 거야. 죽 끓여다 줄 테니 먹고 얼른 나아."

밤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본인도 힘들 텐데.... 하지만 나는 그냥 두라고 말하지 않았다. 나를 위해 벌써 전복을 다듬고 있는 모습이 눈에 선했기 때문이다. 늦은 시간 멀리까지 달려와 준 친구가 고마웠다. 태어나 먹어 본 죽 중 제일 맛있었다. 정성이 담겨서 뭐 이런 감성이 아니라 정말 맛있었다. 그 죽 한 그릇에 아픈 것이 다 나을 것 같았다. 고맙고 미안했다.

"죽은 언제든지 끓여다 줄 테니 아프지나 마라. 제발 쫌."


친구야. 나도 내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들 걱정시키는 일은 그만 좀 하고 싶다. 친구가 아프기를 바라는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지만, 친구에게 아픈 일이 생겼을 때 누구보다 먼저 손을 내밀어 줄 것이다. 사람 사는 데 별 거 없다. 서로 부대끼고 의지하면서 그렇게 그렇게 지나가는 것인가 보다.

그 친구는 된장찌개를 좋아한다. 전복죽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친구야 우리 아프지 말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