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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

혼자보다 둘이 좋을 때

by 정말빛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혼자 다니는 여행이 좋다. 대단한 곳은 아니지만 차를 가지고 우리나라 소도시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 그리고 특히 제주도를 좋아한다. 잠자리에 들기 전 늘 저가항공을 검색하고 내 일정이 맞춰지면 주저 없이 티켓을 예매한다. 이렇게 혼자 다니는 여행에서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식사다. 나는 아직 혼자 식당에서 밥 먹는 것이 어색하다. 혼밥에 혼술까지 아무렇지 않게 하는 세상인데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에다 관광지의 북적이는 식당에서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는 것이 미안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늘 김밥같이 먹기 편한 음식을 사 차에서 혼자 먹는 편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여행 간 지역의 유명한 먹거리를 즐기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Sns에 사람들이 올려놓은 맛집의 먹거리들이 그리 부러울 수가 없었다. 이 문제를 가장 쉽게 해결할 방법은 여행을 다른 이와 함께 다니면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땅히 상대를 찾지 못했다.


이런 내게 멋진 여행친구가 생겼다. 연배는 나보다 조금 위지만 생각이나 말이 잘 통하고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멋진 사람이다. 특히 그녀는 음식을 전문으로 하기에, 전국의 맛집들을 줄줄 꽤고 있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더없는 행운이다. 둘 다 혼자 다니는 여행을 좋아하지만 둘이 함께하는 여행은 못지않게 좋았다. 사실 중년의 여성들에게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은 쉼이라기보다는 집안일의 연장선에 있는 느낌이다. 가족들의 끼니를 챙기고 아이들 뒤치다꺼리를 하다 보면 집에 있는 편이 낫다는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그녀는 독신이기에 그런 내 마음과 달리 혼자 다니는 여행이 지겨워졌다고 했다. 음식 먹는 것은 혼자 잘할 수 있었으나 술 한잔을 같이 할 친구가 필요했다고 한다. 이유가 다르긴 했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꼭 필요한 상대가 되어 주었다. 나는 그녀를 밴드에서 만났다. 우연히.


이번 여행에서는 밤늦게까지 둘이 술잔을 기울이고 늦잠을 잤다.

“우리 오늘은 아무 음식점이나 들어가 볼까?”

“그래요. 숨은 맛집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난 이렇게 아무 계획 없이 해 보는 것도 좋더라.”

우리 앞에 놓인 음식은 옛날 칼국수. 나는 채소육수로 끓인 칼국수를 처음 먹어보았다. 면도 특이하게 메밀 칼국수였다. 구수하고 심심한 것이 담백하고 맛있었다.


나와 그녀가 친구가 된 것도, 오늘 맛있는 점심을 먹은 것도 의도치 않은 일이다. 가끔은 생각지도 못했던 행운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래서 나의 오늘은 늘 살아볼 만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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