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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100일의 의미

by 정말빛

우리 반 사랑이들이 입학한 지 100일이 되었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100일을 축하하는 여러 가지 행사를 준비했다. 초등학교라는 새로운 사회에 들어와 적응하느라 애썼을 아이들을 위한 어른들의 칭찬과 응원의 마음이 담겨있다. 유치원과는 다른 환경과 사람들, 시스템에 낯설어하던 겁에 질린 표정은 온데간데 없고 이제 어엿한 학생이 되었다.


아이가 태어난 지 100일이 되면 떡을 돌리고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 잔치를 열어 축하하던 우리의 풍습도 있다. 시작하는 연인들의 첫 기념일도 100일이 아닐까?


100일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세상에 태어나 무탈하게 잘 자라고, 학교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일, 사랑의 감정을 키우며 보낸 설레는 시간들. 연습과 적응이 끝나고 삶의 한 부분이 되었다는 의미가 아닐까? 99를 지나 100은 꽉 찬 느낌을 받는다.


이번 정신과 상담에서 원장님에게 받은 과제는 매일 나를 한 가지씩 칭찬하는 것이었다. 생각이 아닌 가시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지금 읽고 있는 책 '합리적 낙관주의자'의 저자도 표현되는 자기애와 감정 살피기를 강조했다. 사 둔지 1년이 지난 짧게 쓰는 일기장을 꺼냈다. 그리고 매일 내 칭찬을 쓰고 있다. 마땅히 쓸 것이 없는 날은 아침에 눈을 떠 출근한 것을 칭찬한다. 처음에는 낯설고 성가셨던 일이 나의 일과로 조금씩 자리 잡는 중이다. 하지 않아도 되는 걱정과 자기 비난에 지쳤던 나에게 의미 있는 도전이다.


100일이 지난 후, 나는 나를 사랑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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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