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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뺀다는 것

일 년째 골린이

by 정말빛

골프라는 운동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나의 절친인 여동생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한 지가 어느새 1년이 다 되어 간다. 하지만 나는 한발 짝도 못나아가고 있다. 연습을 게을리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번의 부상으로 꾸준히 못한 탓이다. 다른 운동 같았으면 벌써 포기했겠지만 초기비용과 레슨 비용, 그간의 노력들이 아까워 아직은 끈을 놓지 못한 상태이다.


세 명의 프로선생님들과 연을 맺었다. 하지만 실력이 늘지 않아 혼자 연습하기로 결심하고 레슨을 그만둔 지 한 달쯤 지났을 때 연습장 사장님의 핀잔을 들었다. 기본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골프채만 휘두르는 갓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여태 나는 무엇을 배운 걸까? 포기할 수 없는 마음에 새로운 프로 선생님을 수소문했고 레슨이 시작되었다.


내 상태를 점검한 그분의 첫 한마디.

"모든 운동은 힘을 빼는 것부터 시작이에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앞서면 위험합니다. 힘 빼는 연습을 먼저 해야겠어요. 많이 다치지 않았어요?"


힘 빼는 연습.

연습 화면을 스크린으로 보면서 내 문제를 작은 것부터 하나씩 지적해 주었다. 선생님의 시범을 보고 골프채 잡는 것부터 다시 연습했다. 완전히 처음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수업 횟수가 거듭될수록 힘을 뺀다는 말이 조금씩 이해되었다. 그리고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이전 선생님들 지도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마음이 변해서 가능한 변화다. 주변 사람들은 벌써 필드에 나가고 게임을 즐기는 것이 부러웠다. 그들이 노력한 몇 년의 시간은 내 부러움에서 빠져있었다. 잘하고 싶은 마음과 단기간에 결과를 얻고 싶은 욕심이 잦은 부상과 스트레스로 작용했던 것 같다. 비교와 욕심이라는 막을 걷어내니 힘이 빠졌다. 이번에 안되면 그만이라는 느슨한 마음도 작용했다.


기대와 내 능력치가 늘 일치하지 않는다. 호흡을 고르고 힘을 쭉 빼는 연습은 내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것 같다. 이제 진짜 운동이 시작되었다. 보폭이 좁으면 좀 더 자주 발을 떼면 된다.


하늘이 파란 아침이다. 내년 이맘때 푸른 잔디 위를 걷고 있는 나를 상상해 본다.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오늘은 굿데이.


사진출처 -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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