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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에이치 Dec 07. 2020

Something changed

  해가 좋은  버스  앞자리에 앉아 창문 밖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새 목적지까지   있었다. 순간 화들짝 놀라 황급히 버스에서 내렸다. 버스 의자에 앉아 정신없이 꾸뻑이며 상모 돌리기를 하고 있던 방금 전의  모습이 낯설고 부끄러워 피식 웃음이 났다.


사진 작업을 하느라 며칠밤을 꼬빡 샜어도  평생 이렇게 버스에서 꾸뻑꾸뻑 졸은 적이 있었던가!


라면 하나를 끓이면  많이 남겨서 버리곤 했는데 어느새 국물까지 싹싹 비워진 냄비를 보며 멈칫한다. 어느새 먹는 양이 이렇게나 늘었구나!


어느날 건강 검진을 받으러 다가 가정의학과 선생님이 몸에 비해 허리가 두껍다며 운동을 권하신다.

남들은 욕하겠지만, 그러고 보니 살면서 이런 배를 가져본 적이 있었던가!


어릴적부터 첫아이를 낳은 이후 꾸준히 변함없던 몸무게  전에 작은아이를 낳자 오십 킬로훌쩍 어버렸. 아마도 나잇살이라는  있긴 한가보다.

사십대인 나는 이십  초반에 입었던 옷들도 지금까지 매년 한두 번씩 즐겨 입곤 했는데 이제  옷들 맞기 시작했다.

보기에는 날씬해 보여도 본인이 느껴야 할 배의 무게감은 나만 아는 것이리.




  몽고반점이 있는 아이의 보드랍고 앙증맞은 살을 맞대고 장난을 치며 눈을 맞추고 입을 맞춘다.

내 두 팔로 아이들을 맘껏 안을 수 있고 녀석들의 깔깔대는 웃음소리를 매일같이 들을 수 있다.

언제나 그렇듯 결국엔 울음으로 끝나는 장난에도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마냥 귀엽다.

아이들과 오롯이 함께 있을 때면 뭐가 그리 바쁜지 씻지도 못하고 떡진 머리를 하고 있을 때가 일상의 다반사인 나는“엄마 예뻐, 엄마 사랑해, 엄마 좋아”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듣는다, 난 참으로 복 터진 인간이다. 무뚝뚝하고 애교 없던 나를 말랑말랑한 인간으로 만들어 준 녀석들은 나의 조물주.


엄마로서 어른으로서 겪어야 했던 어설프고 서툴렀던 많은 상황들, 내 자리와 역할, 질긴 인내와 책임감, 자식이 주는 즐거움을 통해 한없이 모자란 나는 지금도 많이 배우며 산다. 작고 여린 아이들이지만 부족한 나를 돌아보게 하고 또 채워나갈 수 있게끔 만들어 주는 녀석들은 나의 커다란 보배이자 선생님이다.


  두 남매의 엄마가 된 후로 나 자신을 비롯해 많은 것들이 달라졌지만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지금보다 더 건강한 엄마가 되고 싶다. 전에 없이 버스에서 꾸뻑꾸뻑 졸긴 해도, 밥양이 많이 늘었어도, 말라깽이였던 내가 어느새 중년의 몸이 되어가고 있어도 이런 상황들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내 모습이 낯설지 않다. 하지만 이제는 익숙한 것도 좋지만 건강을 생각해야겠다. 매일같이 땀이 나도록 자전거로 원거리 여행을 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으니 작은 것부터 시작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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