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이에이치 Dec 30. 2021

일 년을 보내며

  요즘애들-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말을 하며 누구와 어떻게 소통하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던 나.

일년 전의 나는 내가 누군지 반쯤은 잊고 살 때였는데 어느 날 딸아이가 학교에서 가져온 가정통신문을 보고 무작정 지원했던 자원봉사.

서너 시간만이라도 나에게 자유를 준다면 숨통이 좀 트일까 하는 마음으로 다니기 시작한 초등학교. 우리 아이 말고 다른 아이들과 소통해 본 적이 없던 나는 무척이나 그들이 생소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관심은 많아서 그냥 내 자식을 대하는 마음으로 그들을 대하기로 마음먹었다.



  대부분 학교라는 공간에서 질풍노도를 겪어야 하는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기분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고 기분 좋은 하루를 맞이하기를 바라며 매일매일 모든 아이 한 명 한 명에게 인사를 건넸다. 처음에는 ‘누구야, 즐겁고 좋은 하루 되~ ‘라고 인사를 했더니 대부분의 아이들은 시큰둥하게 반응했고 또 일부 어떤 아이들은 종종 시비를 걸어왔다. ‘좋은 하루가 뭐예요? ‘, ’ 즐거운 게 뭐예요? ‘, ‘난 하나도 안 즐거워요’, ‘안 좋아요!!’ 나는 그렇게 머쓱한 순간들이 참 많았다.

고민을 하다가 그다음부터는 ‘누구야, 오늘 재밌게 보내~’로 바꿔 말했다. 그랬더니 거의 모든 아이들의 반응이 전과 달라짐을 느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네~’ 하고 지나갔고 일부 아이들은 여전히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쌩하게 지나갔다. 그렇게 2,3개월이 지나니 고개를 빳빳하게 들었던 아이들도 차츰 나에게 배꼽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렇게 그들에게 더 이상 낯선 사람이 아님을 느꼈다.


  나는 그 아이들을 통해 배우는 게 아주 많았다. 어떤 아이는 나에게 상담을 요청해왔고 어떤 아이는 자신의 가장 슬픈 가정사를 얘기했다. 또 어떤 아이는 자신의 꿈에 대해 말해 주었고 어떤 아이는 나에게 편지도 주고 먹을 것을 가져다주었다. 나는 매일매일 아이들에게 감동받으며 지내고 있다. 모두 다 제각각인 아이들이 나의 깊은 내면을 치료해 주었고 그들을 통해 내가 치유됨을 느낀다. 그들은 나를 온전하게 일으켜 세웠다. 덕분에 이제 내 마음은 빳빳하게 펴졌다.


  아이들과 함께 보낸 일 년이 많이 아쉬울 정도로 빠르게 지나갔다. 딸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내 아이의 일상의 한 부분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사서 선생님으로 방역 봉사자로 지내온 일 년이 너무나도 감사하다. 이제 막 졸업을 앞둔 6학년 아이들.. 이제 더 이상 그 아이들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많이 안타깝고 많이 아쉽다. 값지고 소중했던 일년을 보내며 아이들로부터 받은 감사한 에너지로 내년 여름에 잡힌 개인전을 열심히 준비해봐야겠다.


“얘들아, 만나서 반가웠어!! 중학교에 가서도 건강하게 잘 지내길 바랄게, 안녕!!”


작가의 이전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