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는 것이 습관이 되지 않도록, 받는 것이 습관이 되지 않도록
만날 때마다 뭐라도 가져와서 나눠주는 친구가 있다.
학창 시절 때 그 친구는, 길 가다가 사온 불량식품, 집에 굴러다니던 장난감 등 정말 만나면 도라에몽 주머니에서 꺼내듯 뭔가를 계속 줬다.
고등학생 때 공부하기 위해 핸드폰을 2g로 바꾸려고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 나를 위해, 그 친구는 구하기 어려운 2g 폰 공기계 3~4개를 줬었다. 그 정도로 남에게 주는 것을 좋아하고, 남이 필요로 하는 것을 아낌없이 나눠주고, 대가를 바라지 않는 친구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친구에게 무거운 목소리로 전화가 왔었다. 평소에 관심 있던 친구에게 만날 때마다 맛있는 것과 같이 항상 사소한 걸 챙겨갔다고 했다. 그렇게 매일 챙겨주다가 한 번 빈손으로 갔던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 관심 있었던 친구가 오늘은 뭐를 가져왔는지 물어보더니,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은 모습을 보고 실망을 했었다는 것이었다.
내 친구는 정말 아무 대가 없이 챙겨주고 싶어서 챙겨준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상대방에게 당연한 것처럼 되어버렸다. 오히려 아무것도 챙겨주지 않는다면, 자신이 변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는 입장이었다. 친구는 상대방의 기대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계속해서 더 큰 선물을 준비해 가다가 부담을 느끼게 되었다.
한편 상대방은 친구가 계속해서 선물을 가져오니 없던 기대도 자연스럽게 생기게 되었다. 그 기대가 계속되어 선물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감정으로 조금씩 변해갔던 것이었다.
결국 내 친구는 그 부담감을 못 이겨 관심 있었던 친구와의 만남을 조금씩 줄이게 되었다.
주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받는 것 역시 나쁜 것은 아니다. 모두 자신만의 성향이 있기 때문에.
그러나 주는 것이 습관이 되고, 받는 것이 습관이 된다면, 그 순간 어느 한쪽이 부담감을 이기지 못해, 결국엔 서로 멀어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는 것이 습관이 되지 않도록, 받는 것이 습관이 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