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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캐나다 내 조카의 SOS

소설: 블랙 백신

by 민 켄

아들은 완강했다. “아빠, Covid 19 백신 접종이 잘못되면 몸에 치명적이고, 사망할 수 있어”라며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우선 심근염, 심장 근육에 염증이 생겨, 가슴 통증, 호흡 곤란, 심박수 증가 현상이 일어난다고 했다. 또한 백신 종류에 따라서는 급성 마비가 올수 있다는 차근차근 설명했다. 백신 종류는 뭐라고 했던데.. 다시 한번 물어봐야 겠네.. 한마디로 심장쪽에 혈관이 않좋은 나에 대한 경고였다.


아들도 날 닮았는지 건강이 안 좋아, 특히 혈관이 약해 음식을 가려 먹고, 각종 미네랄을 챙겨먹는 아들. 가끔 파프리카를 넣은 파스타를 해먹지만 음식도 깔끔하게 야채 위주로 직접 요리해 먹는 아들이었다. 요리사에 가까운 아들.. 다른 사람들에게 조용한 스타일로 보이지만, 평소에 또박 또박 말하는 아들이 아빠인 내겐 만만치 않은 논리를 지닌 아들로 보였기에 백신이 위험하다는 아들의 말에 쉽게 반박할 수 없었다.


카톡이 울렸다. 한국의 형제 자매가 모여있는 그룹 카톡이었다. 평소에 카톡을 잘 하지 않던 캐나다 뱅쿠버에 사는 둘째 누나에게서 였다. 카톡방은 호주에 사는 둘째 누나, 그리고 한국에 있는 큰 누나, 형 모두 4명이 연결돼 있는 카톡방이었다.


백신 1차 접종을 했던 외아들이 응급실에 실려갔다고 긴급 기도요청을 해왔다. 회복될 줄 알았는데 점차 위급해져 뒤늦게 연락을 하게 되었다는 카톡이였다. 얼마나 급했던지 글을 잘 써 소설 응모전에서 2등을 했던 누나의 글은 맞춤법이 틀려있었다. ‘내 이들이 극신한 통증으로 산소 마스카를 하고 호흡 통중을 호소하고 있어.’ 아, 백신 부작용! 잘못되면 사지가 마비되고, 사망에도 이르게 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차에, 조카가 걱정이 되었다.


올해 나이 38세인 조카는 결혼해 10살 가까운 아들 둘을 둔 건강한 30대 아닌가? 이 소식을 아내와 아들에게 전하니 아들이 옆에서 한마디 한다. “아빠, 만수 형이 아빠 닮았잖아. 우리 집안에서 유일하게 아빠와 만수형이 AB형에다 생긴 모습과 성격이 똑같잖아요. 작년 여름에 뱅쿠버에 놀러가서 4촌형과 지내보니 쉽게 땀이 나는 체질도 비슷해요. 나이 40세도 되지 않은 건강한 아빠 조카가 왜 그 지경이 됐는지 생각해 보지 않았나요?” 아들은 나를 똑바로 쳐다보면 평상시와 달리 목소리를 높였다.


아, 내 조카 만수.. 조카가 아주 어렸을때 5살 이었을 땐가. 반듯하게 잘 생긴데다 나와 닮아 눈도 크고 얼굴이 서글서글해서 내가 이뻐했던 아이 아니었던가. 남자 아이인데도 뽀뽀도 자주해주었다. 자라면서 장난기가 심하고, 능글능글 맞아 만수 엄마가 삼촌인 나와 닮았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자주 말하곤 했던 게 기억나네. 내 아들의 귀에도 그런 말이 들어가, “장난기 능글능글 아빠”라고 놀려되기도 했다.


나와 모습도 혈액형도 체질도 같은 만수의 상태를 자세히 알고 싶었다. 둘째 누나에게 카톡 전화를 걸었다. 기어가는 목소리가 들렸다. “누나, 만수 상황을 자세히 알고 싶어”. 누나는 침묵으로 응답했다. “응, 그래? 내가 일지와 일기식으로 정리할 때마다 이메일로 보내줄께”. 중 고등학교 때부터 백일장을 자주 수상하고 중편 소설 파이널리스트에 까지 올랐던 누나 모습이 어른거렸다. 20일 동안 보내온 이메일을 접하니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었다.

# 6월 20일(토)

내 아들 만수가 5일전 아스트라제네카 첫번째 접종을 맞았다. 그런데 고열, 따가운 목통증, 근육통 등 말라리아 통증과 증세로 악화되고 바로 응급실로 실려갔다. 그 뒤 만수는 일시 혼수 상태에 빠졌다가 회복되길 반복했다. 심장과 폐의 기능이 악화되는 상황이었다. 만수는 기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엄마, 목 아래에 호흡기 용도의 튜브가 있다는 느낌이야.” 입주변과 목 주변에 땀이 차 보였다.


#6월 22일(월)

가장 빠른 병원 방문시간인 9시쯤에 간호원들이 앉아있는 카운터를 지나 병실에 도착했다. 병실로 들어서니 만수 옆에 앉아 있던 며느리가 힘없이 일어선다. “벌써 나왔구나.” 공손히 고개를 숙인 며느리는 부은 얼굴에 눈가에는 눈물이 졌어 있었다. 잠을 못 잔 얼굴이었다. 살이 많이 빠진 아들은 지친 모습으로 자고 있었다. “며늘아, 잠을 못 잔 얼굴이네. 조금 이따 들어가봐. 오늘 내일 금방 회복될것 같지 않으니, 너가 기운을 차려야지. 직장에도 휴가를 냈으니, 빨리 집에 들어가 잠을 푹 자렴” 나는 며느리의 눈물 자국에 내 딸 처럼 보였다. 잠깐 침묵이 흘렀다. “예, 어머니, 잠깐 화장실을 다녀올께요”하며 일어났다.


아! 만수 가족.. 만수가 한국에서 대학 졸업하고 친구와 뱅쿠버에 여행하다 만난 며느리는 시정부 주택국에서 소셜 워커로 근무하는 캐나다계 한인이었다. 만수가 며느리를 우연히 만난 것은 내가 봐도 천생연분이었다. 고등학교때 캐나다로 이민가 한국말도 자연스러웠다. 어떻게 그렇게 서로 좋아할 수 있을런지! 며느리는 총기가 좋고 똑똑했다. 아들은 장난기 많은 낙천주의자. 결혼에 얻은 8살과 7살짜리 두 손자들은 아들을 닮아 장난꾸러기이긴 하지만 항상 즐겁게 지내 보기 좋았다. 남편과 함께 캐나다로 아들 집을 방문했는데 다른 자식네 보다 여기서 살고 싶을 정도로 편안한 가정이었다. 그렇게 해서 3개월이 지났는데.. 이 가정에 청천벽력 같은 상황이 발생했으니 아, 어쩌나?.. 내가 두 손으로 눈물을 닦으려는 순간에 며느리가 힘없는 얼굴로 들어왔다.


# 6월 25일(목)

아들의 고통이 계속되어 뒤늦게 부랴부랴 한국과 미국 등 흩어져 있는 가족들에게 긴급 연락을 해서 기도를 부탁했다. 평소 어려운 일이 있어도 기도 부탁을 잘 하지 않는 습성인데, 아들이 의식을 읽고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누워 있으니 지푸라기를 잡고 싶은 심정이다.


담당 의사는 진찰 결과 심장부터 시작한 염증이 온 몸에 급격히 퍼지면서, 심장, 간, 폐에 많은 염증을 일으킨 것 같다는 소견이었다. 염증을 나타내는 페리틴(Ferritin) 수치가 보통 사람들은 300~500 사이라면, 내아들 만수는 300,000 까지 올라갔다면서, 의사들도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고 당황했다. 의사가 당황하니 나와 남편은 더 당황할수 밖에. 아, 이를 어쩌나 좋을까~


# 6월 28일(일)

일단 일반 병실로 옮겨졌지만 의사들이 뚜렸한 원인을 찾지 못한채 여러 종류의 약을 시도했다. 그런데 여러 종류의 약을 과도하게 투입해서 인지 부작용으로 만수의 혈액 수치들이 (백혈구, 적혈구, 헤모글로빈, 혈소판 등등) 급격히 높아졌다. 카투사 출신인 남편말에 따르면 의사들끼리 하는 얘기가 들렸는데 갖가지 약물들을 먹어서 간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하는 것 같았단다. 부작용이 덜한 약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의사들이 말하더라고 남편이이 내게 전했다. 전하는 남편의 목소리를 떨렸다. 남편은 “의사들도 정확한 진단과 예후를 판단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 불안은 더 커졌다.


# 7월 3일(금)

조금씩 회복되던 만수에게 또다른 위기 상황이 닥쳤다. 갑자기 목이 따갑고 시작해 밥먹기가 힘들 정도로 목의 통증이 악화되었다.

또다시 일반 병실에서 중환자실로 들어갔다.

문제는 8명의 의사들이 투입되었지만 대응이 힘든 상황 같았다 답답함과 우려감이 올라왔다. 의사 마이클은 “이런 증상은 일반적으로 면역력이 아주 낮은 아이들에게만 보여지는 증상인데, 어른, 특히 젊은 층에 들어가는 환자에게는 처음 본다”고 작은 목소리를 상황을 토로했다. 마이클 의사의 의료 경력은 18년되었다고 한다. 아니, 20년 가까이 된 베테랑 의사가 원인을 찾지 못하다니, 아!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나는 여기까지 누나의 글을 읽고 눈을 감았다. ‘중환자에 두번째로 들어갔군. 오래된 의사도 힘을 못쓸 지경이라면..’

만수의 얼굴이 떠 올랐다. 어릴때 장난기 많던 짓궂은 표정이 떠오르더니, 그 얼굴이 갑자기 찌그러지면서 울상을 짓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며 일그러지는 모습으로 눈물을 닦는 모습으로 다가왔다. ‘이를 어쩌지. 그 병원 ‘마운트 세인트 조셉 하스피털’은 캐나다와 밴쿠버에서 알아주는 유명한 병원이라고 하던데. 내가 찾아 가봐야 하는게 아닌가?’ 그런데.. 거기가면 며칠은 있어야 하는데 내 직장 사정이 최근에는 휴가 날짜 빼기가 여의치 않았다. ‘일단 만수의 회복을 위해 매일 밤에 시간을 정해 아내와 기도를 해야겠구나’


다음 내용을 읽으려고 하는데 흘린 눈물 때문에 글씨가 흐릿해 오른손 등으로 눈을 닦았다


# 7월 7일(화)

차도가 보이는 듯 해서 다시 일반 병실로 옮겼지만, 이번에는 칼슘 수치가 급격히 올라갔다. 암에 걸린 환자들의 칼슘 수치도 올라가는데, 또다시 덜컥 불안감이 잦아들었다. 다행히 부작용이 덜한 약을 복용하면서 혈액 수치도 조금씩 회복되었다.


아, 그런데 10명이 넘은 의사들이 계속 회의를 하는 모양이었다. “의료진도 희귀한 케이스라고 한다”며 아들 간호를 맡은 남자 간호원이 말했다 다행히 부작용이 덜한 약을 찾아 복용하면서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다. 만수는 빨리 퇴원하고 싶단다. 지쳤겠지. 의사와 상의해 3일후에 퇴원해서 집에서 회복하면서 경과와 차도를 지켜보자고 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만수의 몸 상태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상황이었다. 혈액 수치도 또다시 점차 회복되기 시작했다. 아, 그런데 살이 찐 편인 아들의 몸무게가 15kg나 빠져 바른 체형으로 변해 있었다.


# 7월 10일(금)

병원에 요청한 의사 소견서를 받아서 남편과 함께 열심히 영어사전을 찾아 알게된 병명은 ‘Covid-19 백신 접종 관련 치명적인 급성 멀티시스템 염증 신드롬(MIS)’ 웬, 복용한 약도 그렇게 많은지! 원인을 몰라 각종 종류의, 과도한 약 복용으로 복합 합병증세가 있는 것 같았다.


영어 사전을 자주 사용했다. 전문 용어로 가득 차 소견서를 꼼꼼히 읽어 자세한 증세와 경과를 파악하려 애를 썼다.. 호흡기 기능 상실로 산소호흡기사용. 가슴 통증. 심장 좌심방 기능 악화, 혈중산소감소 호흡부전 때문에 튜브 삽입. 심혈관 치료를 위해 도부타민(dobutamine), 라미프릴(ramipril, digoxin)을 투여. 과다 염증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 발생.. 심각한 급성 간염, 혈구 감소(아마 면역 저하)로 인해 간시클로버 중단. 다시 목통증, 몸통에 황반점 발진(macular rash on his torso)에 음식물을 넣을 수 없는 성대부분의 감염(supraglottitis)도 발생해 긴급 인튜베이션 삽입. 과다염증 반응 치료도 병행.


나는 글을 읽고 눈을 잠시 감았다. 어지러웠다. 앞날에 치료의 길이 열려야 하는데 보이지 않는 느낌이었다. 만수 담당 의사들의 얼굴이 나도 모르게 떠 올랐다. 겉으로는 침착한 듯 하면서도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얼굴 표정들.


이런 자세한 사정을 큰 누나와 동생에게 직접 알리면 속상해 할텐데.. 어쩌면 좋을까. 나는 애써 잠시 심호흡을 했다. 5분이 지났을까. 다시 누나 일지로 눈을 돌렸다.


# 7월 11일 (토)

아! 단기간에 발생한 각종 합병증 때문에 만수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물론 나도 남편도 치료를 받고 싶을 정도로 심신이 지쳤다. 말수가 거의 사라진 며느리는 오직할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복잡한 소견서를 끝까지 힘들게 읽어보았다. 비슷한 사례가 없었다는 내 아들의 병명인 ‘Covid-19 백신 접종 관련 치명적인 급성 멀티시스템 염증 신드롬(MIS)’. 이 증세와 같은 경우는 아랍에미리트 22세 청년 증상과 유사했다는 의사 소견서 내용이 확들어왔다. 아주 희귀한 케이스네.


계속 읽었다. 심장에 치명적일 수 있는 단백질 트로포닌(troponin)이 높고, 심전도가 비정상. 쉽게 말해 심장의 펌프 기능을 말하는 심장 박출량(Ejection Fraction)과 심부전에도 심각한 증상이 있음.

여기다 멀티시스템 염증 신드럼(MIS)이 회복되지 않을 경우 폐 색전증(Pulmonary Embolism), 급성 콩팥외상(acute renal injury) 말초 부종(peripheral oedema)이 악화될 수 있음.

의견서를 든 내 손이 떨렸다. 내 손의 떨림을 느꼈는지 남편이 얼굴을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평소 끔적않던 성품의 남편. 그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아, 조카 만석이의 상황은 앞으로도 불확실하구나! 나는 지긋이 눈을 감았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었고, 내로라하는 의사들도 힘겨워하는 상황. 나는 컴퓨터를 끄고, 내 방 침대 쪽으로 가서 무릎을 꿇었다. 두 손가락을 조용히 가마쥐고 기도했다. ‘하나님, 내 조카 만수를 살려주세요’. 고개를 아래로 더 숙였다. 기도다 길게 나오지 않았다. 눈을 감고 계속 기도하려는데 앞에 보이는 것은 어둠뿐이었다. ‘매일 계속 기도하면 어뭄이 밝아지겠지’ 중얼거리며 나는 침대에 손을 의지하며 일어나려다 침대에 그냥 누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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