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션 SEAN Jun 02. 2024

[일상] 좋아하면서 잘할 수 있는 일

최근 이사를 했다. 커다란 창이 맘에 드는 집이다. 몇 개월 만에 다시 나의 공간을 갖게 됐다. 채광이 지나치게 좋아서 마음에 든다. 근처에 공원도 있어서 가끔 걷는다. 이제 어느 정도 동네 곳곳이 눈에 익어간다.


이사를 하면서 고무나무 한 그루도 샀다. 벌써 세 번째 고무나무다. 앞선 두 그루의 고무나무는 모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처음엔 물을 너무 많이 줘서, 그다음엔 물을 너무 안 줘서 죽었다.


세 번째 고무나무에게는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인지 무척 잘 자라고 있다.

고무나나

6개월의 개발자 교육과정이 모두 끝났다. 프로젝트도 무사히 마쳐서 취업에 필요한 포트폴리오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나는 새로이 취업하지 않았다. 원래의 내 일로 돌아왔다. 잘하는 일에 더욱 집중하기로 했다.


나이 앞자리의 3이 신경 쓰였다. 경력도 실력도 없는 무언가를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컸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렇게 즐겁지 않았다.


내가 그 누구보다 잘할 수 있으면서, 어느 정도의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에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든다.


*


나의 일로 돌아온 이후로 흥미로운 일들도 더러 있었다.


기존 거래처에서 꽤 큰 단위의 프로젝트를 맡겨주었고, 유명 헬스 유튜버의 출판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새롭게 문을 연 나의 출판사에서도 처음으로 낼 원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저명한 대학의 100년사 작업도 찬찬히 해내고 있다.


낯선 누군가를 만나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해 논의하고, 제안하고, 협의하는 과정이 즐겁다.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따 온 일을 일정에 맞게끔 하나씩 해내는 것도 보람 있다. 나의 일을 내가 만들어서 한다는 데서 오는 즐거움이 있다.


자기 텃밭에서 재배한 애호박으로 된장찌개를 끓여 먹는 농부의 마음일지도 모른다.


이외에도 자잘한 일들을 틈틈이 처리하고 있다.


한 번씩은 스스로가 대견하지만 그렇다고 그다지 칭찬을 하진 않는다. 자만과 오만에 취약한 성격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이번 달 들어서는 바위 같은 일들만 남기고 자갈돌 같은 일들은 조금 줄였다. 타인을 위한 일들은 사람을 쉽게 지치게 한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뉴스레터 발행을 시작했고, 콘텐츠 제작 관련 오프라인 강의도 해보고 싶어 커리큘럼을 준비 중이다.


한동안 놓았던 영어공부도 다시 시작했다.


여기 브런치에도 나의 일들을 키워가는 동안 경험했던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을 에세이 형태로 써보려 한다. 나름 재미가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예전처럼 소설을 쓰기엔 마음이 아직 어수선하다. 그동안 너무 남의 글만 써온 탓이다. 우물에 물을 찼지만 떠올릴 도르래가 예전 같지 않다. 이 문제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풀어가려 한다.


조금씩 더워지는 6월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생각] 완벽주의에 대한 단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