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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션 SEAN Jul 04. 2024

[에세이] 내 일하며 잘 살기(0)

프롤로그

231014 제주.

지금으로부터 1년 3개월 전.


5년간의 커리어를 멈춰 세우며 직장을 그만뒀다. 나의 나이 32세였다. 다신 직장생활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조직생활은 나와 맞지 않는다고 일찌감치 결론을 내렸다. 어떻게 벌어먹고 살지에 대해선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조금은 안일한 생각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떻게든 살아갈 자신이 있었다. 직장이라는 올가미에서 벗어나면 얼마든지 날아오를 수 있을 거란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인생의 마지막 사직서를 제출했다.


*


이직도 여럿 경험했다. 더 좋은 직장, 더 좋은 페이를 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세월도 있었다. 하지만 '직장'이라는 굴레가 존재하는 한 나는 자유롭지 못했다. 그래서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있었다.


*


살면서 꽤 독특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고3 때는 문득 그림을 그리겠다며 문제집 대신 스케치북을 집어 들었고, 20대 중반에는 남들 다 가는 군대가 싫어서 장교로 복무하기도 했으며, 친구들이 하나둘 취업을 하는 시기에는 소설가가 되겠다며 2년 동안 글쓰기에 매진한 세월도 있었다.


무엇이든 일단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면 그걸 꼭 해야만 했다. 그 심연에는 알 수 없는 반발심 같은 것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 삶의 토대를 한 단어로 정리한다면 '반발'이나 '반항'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멋있다고 보긴 힘들지만.


이후 소설가가 되진 못했지만 잡지사와 신문사 등지에서 글을 쓰며 입에 풀칠을 할 수 있었다. 운이 좋았는지 어땠는진 모르겠다. 주변에선 좋아하는 글쓰기를 업으로 삼았으니 부럽다고 했지만, 이것과 저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걸 대부분 잘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나름의 보람을 느끼며 즐겁게 일해왔다.


*


언제부턴가 삶의 어떤 가치를 대하든 그 본연의 이유에 대해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다. 나의 미래에 관한 결정을 내릴 때는 삶의 이유인 행복에 대해 생각했고, 그 결정이 행복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잣대로 삼았다. 그렇게 많은 고민들이 대체로 해소됐다.


하지만 직장생활은 조금 달랐다. 나는 내가 몸담은 조직과 주어진 직무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그것들을 더 나은 모습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 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경쟁사에 비해 뒤떨어지는 걸 보고 싶지 않았고, 하나둘씩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나를 돋보이고픈 마음도 컸다.


그래서 나는 늘 목소리를 내는 직원이었다. 신입일 때든 직책을 맡고 있을 때든 다르지 않았다.


해야 할 일이 눈에 보이면 결정권자들에게 끊임없이 건의했고, 그 일을 맡게 됐을 때는 잘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인지 위로부터는 대체로 인정받았지만, 옆으로는 그리 좋은 평을 받진 못했던 것 같다.


마지막 회사에서는 그 정도가 심했던 탓인지, 서른이 넘어 왕따 비슷한 일을 겪기도 했다. 사람을 많이 만나는 일의 특성상 눈치가 없는 편은 아니었지만, 주변 눈치 보느라 소신을 굽히는 스타일도 아닌 것이 문제였다.


익숙하지 않은 낯선 일들이 늘어나니 동료들이 싫어할 만도 했다. 그 일이 잘 되어도 문제였고, 잘 되지 않아도 문제였다. 그럼에도 나는 그래야만 한다는 고집이 있었다. 그게 사람 사는 것이고, 회사가 크는 길이라 믿었다.


그즈음에 스스로가 직장생활과 맞지 않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 망하든 성하든 오로지 나의 주도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꽤 잘할 자신도 있었다.


그렇게 나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1년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잘 살아가고 있다.


<내 일하며 잘 살기> 연재에는 그동안 나의 일을 하며 겪었던 에피소드들과 지금의 고민, 앞으로 이어갈 이야기들을 담아보려 한다.


재미가 있을 진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나름은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을 찬찬히 써내려 가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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