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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션 SEAN Jul 11. 2024

[에세이] 내 일하며 잘 살기(1)

프리랜서 마켓에 등록하다

230928 김해.

직장을 그만두겠다고 마음먹은 뒤로,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마음속에 가득 찬 불안을 간접경험으로 상쇄해 보겠다는 얄팍한 술수였다.


그건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유튜브에 '퇴사'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굉장히 다양하고도 눈길을 끄는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지금 당장 퇴사를 하라'는 사람부터 '무턱대고 퇴사하면 결국 굶어 죽는다'는 사람까지.


알고리즘에 따라 수십 개의 영상을 보다 보면 '나는 과연 어떻게 하고 싶은지'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지나치게 낙관을 말하는 사람, 과도하게 불안을 조성하는 사람, 그들 사이 어딘가에 내가 놓여 있을 터인데, 도무지 그 자리가 어디인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간접경험을 통해 뭔가를 배우려는 오만을 내려놓았다. 순전히 내 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내가 직장에 다니고 싶지 않게 된,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 답은 어렵지 않게 나왔다. 나는 나의 일을 함에 있어 최대한의 자유를 원했다. 당장 굶어 죽는 한이 있더라도, 내가 원하는 바 대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


누군가 퇴사를 결심했다고 하면, 주변에서 하는 말들은 흔히 이렇다. '그래서 나와서 무얼 할 건데?', '그건 회사를 다니면서도 할 수 있잖아?'


하지만 현실은 아쉽게도 그렇지 않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에는 심적, 시간적 여유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일말의 공간이라도 있어야 무언가 채워지기 마련인데, 회사는 우리에게 조금의 빈틈도 허락하지 않는다.


그 탓에 하루 중 대부분을 직장에 쏟는 우리는 여유를 갖기 힘들다. 안타깝게도 세상의 이치가 그렇다.


스스로가 진정 무얼 하고 싶은지를 고민하기에도, 퇴근 후에 뭔가를 새롭게 시작해 보기에도, 잠시 눈 붙이기에 급급한 정도의 여유로는 이도저도 안 된다.


같은 맥락에서, 나와 비슷한 이유로 퇴사를 고민하는 이에게는 짤막하게 '그냥 그만두라'라고 말한다. 현재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보이는 풍경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단순히 '일을 하기 싫어서'라는 마이너스적인 이유라면 다분 경계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 무엇이 됐든, 뭔가를 하나 더 해보기 위한 플러스적인 이유라면 나는 무조건적으로 퇴사를 권하는 편이다.


*


퇴사를 하고 나서 일주일. 나의 유일한 수입원은 한 웹진에 연재해 오던 칼럼의 고료뿐이었다. 나는 더 이상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아니었다. 이제 스스로의 일을 만들고 개척해 가야 했다.


아마 퇴사를 맞이한 사람에게는 이 시기가 가장 두렵게 느껴질 듯하다.


하지만 도화지는 비워져 있어야 새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이미 그려진 도화지에는 우리가 채워갈 공간이 하염없이 부족하다.


나는 여전히 그림을 그리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했고, 오히려 나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날을 고대해 왔다.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도화지의 빈 화면이 꽤 불안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


*


나의 첫 번째 그림은, 어느 프리랜서 마켓에 나의 서비스를 등록하는 것이었다. 내가 정말 스스로 잘났다면, 회사를 비판할 만큼의 실력이 있다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동안 여러 매체에서 글을 써온 경험과 마케팅 콘텐츠를 제작해 온 경험을 십분 살려보기로 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요즘 세상에는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일정한 수요가 있으리라 판단했다.


어느 정도의 방향성이 잡히자, 별로 주저함 없이 그동안의 작업물들을 포트폴리오와 썸네일 등으로 제작해서 간판을 내걸었다. 가격은 경쟁업체에 비해 높지 않게 책정했다. 누가 봐도 나는 삭막한 세계에 떨어진 낯선 병아리에 불과했으니까.


서비스 등록에 필요한 여러 사항들을 작성한 뒤 3일 정도 지나자 '서비스 승인' 메시지가 날아왔다. 그러고 나서 다시 3일이 지나자 처음으로 내게 나의 일이 주어졌다.


흔한 리뷰도, 작업 건수도 하나 없는 나에게 일을 맡기는 사람이 정말 있었다. 나는 내가 가진 모든 시간과 노력을 쏟아 이 소중한 기대에 부응하리라는 다짐을 했다.


하지만 의뢰 사항을 자세히 들어보니, 이건 지금껏 내가 해보지 않은 작업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어떻게든 이 산을 넘어가야 할 책무가 있었다.


그것이야 말로 바로 '내 일하며 잘 살기' 위한 기본 요건이었으니까.


불특정 다수의 불특정 한 일들을 거뜬히 해결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나의 첫 번째 숙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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