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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아플 때 "힘이 되는 말, 한이 되는 말

맞벌이 부부, 아이가 아플 때 "힘이 되는 말, 한이 되는 말"

● 날짜 : 2019.10.27.(일)

● 날씨 : 미세먼지 약간 있지만 가을 가을 한 날씨

● 제목 : 맞벌이 부부, 아이가 아플 때 "힘이 되는 말, 한이 되는 말"



폐렴인 줄도 모르고, 열감기려니 꼬박 6일을 앓다가 마이코플라즈마 균에 의한 폐렴인데 진행이 많이 된 대엽성 폐렴을 진단받은 후 입원실이 없어서 하루 기다렸다 입원한 워니. 그 하루 사이에 폐렴이 늑막까지 물이 차는 늑막염으로까지 진행되어서 퇴원이 언제일지 기약을 못 하고 있었는데, 입원 8일 만에 폐상태 거의 회복. 전염성 없다는 소견서를 들고 퇴원했답니다.


입원 전  7일, 입원 후 8일. 꼬박 보름을 폐렴으로 고생한 워니. 2주 사이에 입맛도 잃고, 통통했던 워니가 조금 덜 통통이가 되었어요~~


이번에 워니의 입원으로 남편과 저, 쭈니까지 온 가족이 비상이었는대요. 제가 병원에서 출퇴근하다 보니 1시간 넘는 거리를 출퇴근해야 하는 남편이 쭈니 유치원 등 하원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저는 저대로 병원에서 출퇴근하며 간병 도우미 이모님과 교대로 워니를 돌보고, 남편은 회사에 눈치를 봐가며 쭈니 유치원 등 하원 하느라 서로 고단했고, 예민했던 나날들이었답니다.


맞벌이 부부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아이가 콧물, 기침 정도 하면 동네 병원 진료 후 좋아지려니.. 하며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지만, 일단 아이가 열이 나기 시작하면 바짝 긴장하게 마련이죠. 물론, 엄마가 육아에 전념하는 전업맘이라도 일단 열이 나면 긴장하게 돼요. 큰 병 아닐까 싶은 상황은 똑같으니까요. 그런데 이때 그래도 아이를 온전하게 케어하고 언제든 큰 병원으로 데려갈 수 있는 전업맘 엄마가 있다면 출근하는 아빠는 마음은 무겁지만 온 가족이 비상상황까지는 아닐 텐데.... 맞벌이 부부의 경우 주변에 SOS 할 친인적이나 지속적으로 육아 도움을 받던 도우미 이모님이 없다면 아이가 열나는 순간..'내일 출근은 어쩌지...?'라는 걱정이 없으래야 없을 수가 없어요. 


워니 같은 경우 10살이 넘고부터는 콧물 기침 같은 정도는 아기 때부터 다니던 동네 소아과를 혼자 찾아 진료를 보고 약 지어다가 혼자 먹을 수도 있고, 열이나도 해열제 간격만 잘 알려주고 체온계와 기록지만 머리맡에 놓아주면  시간 지켜가면서 해열제 챙겨 먹고 한 시간 후 체온 재서 기록하고 39도 넘으면 엄마에게 전화하는 정도까지는 되돌라고요. 하지만 영유아나 취학 아동이라도 저학년 같은 경우 열날 때 해열제 간격 지켜가며 먹이고, 수시로 열 체크하고 체온 떨어지도록 미온수를 적신 수건으로 닦아주며 곁에서 보호자가 반드시 돌봐줘야만 하잖아요.


워니의 경우 11살까지 열감기 걸리면 발열부터 정확히 72시간. 만 3일간 열이 있었어요. 쭈니의 경우 세 돌까지 엄마가 육아휴직 중이라 워니보다 병치레를 덜했지만 딱 한번 돌 지나서 돌발진으로 5일까지 열이 난적 이 있었고요. ( 이번에 3일이 지나도 열이 안 떨어져서 은근 걱정했는데, 쭈니 때 5일까지 열난 적이 있었기 때문에 5일이면 떨어지겠지... 하다가 병을 키우기도 했지만요...ㅠ.ㅠ)


여하튼, 저희 부부 같은 경우 만약에  3일을 쉬어야 하면 서로 번갈아가면서 회사 상황에 따라 하루, 하루 교대로 연차를 내거나 출퇴근 거리가 비교적 가까운 제가 연가를 더 내고 남편 퇴근 후 야간에 사무실에 가서 급한 업무를 처리해 놓곤 해요. 


그런데 이번엔 하루 이틀이 아니었기에...ㅠ.ㅠ 처음 이틀은 제가 연가를 냈으나, 그 후에 제가 병원에서 출퇴근하면서 남편이 쭈니를 아침저녁 케어하다 보니 저도 남편도 둘 다 직장에 눈치가 보이는 상황...ㅠ.ㅠ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아이 때문에 회사 근무시간을 조율하게 되면 당사자는 얼마나 맘이 가시방석인지 맞벌이 부부이신 분들은 공감하실 거예요.

아픈 아이가 가장 우선이지만, 머릿속엔 업무도 떠오르고, 상사와 동료들에게 미안스러운 마음도 들고요.


다행히~ 지금 제가 근무하는 팀은 업무능력과 인간미를 두루 갖춘 팀원들이 이해심도 많고 팀워크도 좋아요. 그래서 워니 소식을 듣고 팀장님과 동료가 업무 걱정 말라며 워니 잘 챙기라고 했답니다. 게다가 평소 저랑 서로 시크하다고 말하는 팀장님이 워니 입원 둘째 날 이른 아침에 긴 카톡으로 

격려의 메시지도 보내셨어요.  대충  요악하자면 이런 내용 " 가족 중 누가 아프면 아무 일 없는 평화로운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게 되고, 가족애도 생긴다..... 워니가 얼른 완쾌되기를 바라고  평화로운 일상으로 하루빨리 돌아가길 바란다."는 내용~~ 업무 이야기 일절 없이 제가 처한 어려운 상황을 위로하는 이야기만 하시고 동료들에게도 웬만하면 저에게 전화하지 말라 하셨다더라고요. 사실, 워니가 입원한 주는 제가 있는 부서가 바쁜 때였어요. 제 업무가 밀려있지는 않았지만 긴장하고 대기해야 하는 한주였는데.... 그 와중에 제가 빠지니까 팀원들이 더 바빴을 거예요.  나중에 동료에게 들은 바로는 업무가 바빠서 워니 문병 못 가보는걸 팀장님이 미안해하셨다더라고요.


하아~~ 그 이야기를 듣는데, 어찌나 감사하던지요.


제가 지금의 부서로 이동하기 전에 근무했던 부서에서 직속 팀장도 아닌 옆팀 팀장님이 제가 쭈니가 아파서 출근 못하던 즈음~~ 남자 직원을 붙잡고 "자기만 애 키워?"라고 말하며 빈정거렸던 일이 있었어요.   쭈니가 밤새 열이 났고 남편은 이튿날 오전에 쉴 수가 없는 입장이었고 저는 이튿날 오전에 직원들 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날이라 새벽 3시에 사무실에 가서 수당 작업을 다 해놓고 새벽 6시에 집에 와서 남편을 출근시키고 제 직속 팀장님과 부서장께 출근시간 전에 전화로 양해를 구하던 그런 힘겨운 나날들이었는데, 그런 말을 전해 들으니 정말 분노가 치솟더라고요...ㅠ.ㅠ 

제 직속 팀장님과 부서장님은 저의 책임감을 알기 때문에 아이 키우느라 애들 아플 때 제가 혹여라도 급작스레 연차를 내더라도 어떻게든 업무를 구멍 낼 사람이 아닌 거 안다며 항상 저를 격려해주었어요. 저를 믿어주시는 상사의 굳은 믿음과 격려 덕분에 저는 더 책임감 있게 일했고요. 그런데 생뚱맞게 옆 팀장이 "자기만 애 키우냐?"니요.... 하아~~ 다시 생각해도 화나네요.


저는 이번에 워니 입원 후 현재 저희 팀장님의 격려 메시지가 더 감동적으로 다가왔던 게, "자기만 애 키우냐?" 고 비아냥댔던 팀장님보다 업무능력도 백만 배 더 뛰어난 울 팀장님은 평소 눈곱만큼의 가식도 없고 엄청 시크한 분인데도 불구하고 아이 키우며 직장 생활하느라 어려운 워킹맘의 사정을 너무나도 헤아려주시는 말씀을 해주신 거죠.

            




워킹맘인 직원이 아픈 아이 돌보느라 어려운 상황일 때
" 애 봐줄 사람 없어? 아줌마 못 구해? 자기만 애 키워? "라는 
한이 되는 말보다
"일은 누가 해도 하지만, 그 아이에게 엄마는 당신뿐이지 않나? 아이 잘 돌봐줘라."라는  
힘이 되는 말을 해줄 수 있는 직장 분위기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어요.
저출산 극복대책을 쏟아내라 하기 전에
일. 가정 양립할 수 있는 인식이 먼저 자리 잡아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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