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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자정리(會者定離) 이야기

만남과 헤어짐은 현재진행형입니다.

by 카오스 혜영

회자정리(會者定離)라는 말이 있다. 만난 사람은 누구나 헤어지기 마련이라는 뜻이다. 홀로 이 세상에 던져진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나 아닌 수많은 대상과 만남을 가져야 하는 존재인데 만남이 필연적으로 헤어짐을 불러온다면 결국 인간은 죽을 때까지 무수한 이별을 겪게 된다는 이야기다.


사람들은 만남의 홍수 속에서 살아간다. 가족, 친지, 친구, 동료, 기타 살면서 접하는 모든 사건들은 다 만남으로 시작한다. 만남은 새로움과 설렘이다. 이윽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새로움과 설렘은 익숙함으로 바뀌어 일상이 되어 버린다. 그러다 헤어짐의 그림자가 하나씩 둘씩 다가온다. 일상이 되어버린 만남에 헤어짐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순간 사람들은 당황하기 시작한다. 거의 모든 종류의 헤어짐은 슬픔과 후회, 아쉬움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헤어짐에 수반되는 이런 일련의 감정들은 이별이라는 한순간의 사건 때문이 아니라 만남에서 헤어짐에 이르는 과정 전체에 대한 회한일 것이다.


인생의 초, 중반기라면 이러한 회한은 과거의 나를 돌아보며 미래의 만남과 헤어짐에 같은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노력하는 좋은 자기 성찰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무수한 만남과 헤어짐을 겪었을 인생 중, 후반기를 살고 있는 나 같은 이에게는 어떤가. 지금의 만남이 헤어짐이 되었을 때 후회를 남긴다면 그 회한을 치유할 시간이 과연 남아 있을 것인가? 지금도 나는 누군가를 만난다. 그리고 언젠가는 어떤 방식으로든 이별을 할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더 이상 치유의 시간은 사치일 뿐이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소중한 만남들에게 진심을 다하기에도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며, 과거에 경험했으나 미처 치유하지 못했던 가슴 아픈 이별의 회한을 지금의 내 만남과 미래의 헤어짐에 또다시 남길 생각도 없다. 회자정리가 피할 수 없는 인생의 과정이라면 그 과정의 행복이 곧 살아가는 이의 행복이 될 것이기에...


억겁의 윤회를 거쳐 인연이 되었을 모든 만남들에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지금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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