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동전 입금하는게 어려워진 시대


집안을 정리하다 보니 동전이 많길래 종류별로 모아두었다. 은행에 가져가야 하는데, 동네 거래은행에서는 한 달에 한 번 그것도 오전에 딱 1시간만 동전을 받아주시기 때문에 날짜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마침 오늘 시간이 맞아서 은행에 다녀왔다. 걸어서 다녀오려 했는데, 시간에 서둘러 가야 해서 부득이 차를 몰고 갔다.


은행은 굉장히 오랜만의 방문이었는데 내부 구조가 바뀌었다. 요즘은 온라인 뱅킹을 이용하기 때문에 직접 방문할 일이 별로 없는데, 가끔 방문하면 뭔가가 조금씩 변화되고 있는 게 보인다.


10여 년 전에는 은행에 가면 믹스커피나 차 티백 같은 것도 디양하게 비치되어 있어서 순서를 기다리며 여유롭게 차를 마셨다. 또 다양한 분야의 잡지책도 구비되어 있어서 기다리는 시간이 즐거웠다. 자동차 잡지라던가, 웨딩 잡지, 디자인 잡지, 여성 잡지, 포브스 같은 기업인 잡지. 참 다양했다. 또 은행에서 홍보차 주시는 손부채, 볼펜, 달력, 다이어리 같은 사은품들도 풍족했었다.


그때는 은행을 방문하는 고객의 연령층도 아주 다양했다. 은행에 와야만 업무를 처리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어른을 따라온 아기들 아이들도 많았고 젊은이들도 많았다. 어느 은행이나 수많은 고객님들로 북적북적하던 시절이 있었다.


스마트폰 앱 사용이 급격히 늘어나고 코로나19의 3년 기간을 거치면서 오프라인 은행업무는 본의 아니게 급격한 축소의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 코로나19가 끝나고 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축소 분위기다.


전국의 지점 수도 줄고, 상담 직원분들도 대폭 감축되었고, 고객을 위한 자잘한 서비스들은 다 없어졌고, 종이 통장이나 도장, 플라스틱 카드도 거의 사라졌다. 20세기에는 아주 중요했던 것들이었는데 순식간에 추억의 물건들이 되어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언젠가 전자화폐가 블록체인으로 본격화되면 은행 업무나 은행 시스템이 어떻게 변모해 나갈지는 가늠이 안 된다. 현재 대한민국 부동산의 95% 이상이 은행 재산인 점을 감안하면 은행은 앞으로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전혀 뜻밖의 사업을 공유해 나갈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다.


이번에 은행에 가보니 좋아했던 푹신한 파우치가 놓여 있던 고객 대기 공간이 칸막이로 막혀 내부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공간이 반으로 축소된 것이다. 또 창구의 반은 빈 자리여서 일처리에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됐었는데, 이번엔 빈자리 없이 직원분들이 모두 앉아 계셔서 업무 진행 속도가 빨랐다.


고객의 대부분은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었다. 세상이 급격히 온라인화 되어 가다 보니 은행 업무에 대해 물어볼 곳도 없고 자세히 알려 줄 사람도 없는 상황에서 은행 창구 직원과의 소통은 가뭄에 단비인 것처럼 보였다.


어떤 분은 보험회사 업무까지도 물어보셨는데 창구 직원분께서 보험회사 전화번호를 검색해서 종이에 적어 주셨다. 보험회사 전화번호를 114에 물어보려면 한참이 걸리는데 친절하게 종이에 적어줘서 바로 전화해 볼 수 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그 번호로 전화를 하셔도 한참이 걸리실 거라는 사실을.


나처럼 동전을 한 무더기씩 가져오신 분들이 생각보다 많으셨다. 나처럼 벼르고 벼르다 날을 잡아오신 것 같았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모르긴 몰라도 다른 집들도 굴러다니는 동전이 한가득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동안은 아이가 어려서 현금 쓸 일이 있었고 그래서 동전이 생겼지만, 이제는 아이도 어느 정도 자랐고 현금 쓸 일도 거의 없기 때문에 이제는 집에 동전이 생길 일은 거의 없을 듯 하다.


내 앞의 어느 젊은 여성분은 동전을 입금하다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은행 측에서 5만 원 정도의 금액을 통장에 넣어 드려야 하는데 신분증을 가져오지 않아서 신원 확인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직원분도 고객분도 난감한 상황이었다. 동전은 보관해 두었다가 신분증을 가져오시면 그때 처리해 드리기로 한 것 같았다.


나는 아직 플라스틱 카드를 함께 사용 중인데 주변에선 가끔 미개인 취급을 한다. 또 신분증을 가지고 다니는 것에 대해서도. 하물며 평생을 아날로그 방식으로만 살아오신 나이 드신 분들 입장에서는 온라인 문화에 적응하는 것이 정말 쉽지 않으실 것 같다. 그럼에도 미래는 어서어서 만들어나가야 하고 이런 부분들을 사회가 함께 잘 조율해 나가고 있으니 잘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세상을 살아갈 때, 알고 사는 것과 모르고 사는 것은 같은 공간에 존재해 있더라도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라도 더 알기 위해 촉을 세우고 따라가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는 것은 나를 키워주고 가르쳐주고 있는 세상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것을 느꼈다.


선구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세상이 힘차게 달려나가는데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탤 수 있는 지구인이 되기 위해 나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충실이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세상에 대한 최소한의 의리라는 생각이 든다. 충실한 하루하루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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