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오늘의 감사
토요일 오전, 시카고 사는 동서가 시댁 식구끼리의 단톡방에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마트에 파는 무화과 한 박스 사진이었다. 무화과는 시어머니께서 생전에 가장 애정하시던 과일이었기 때문에, 시댁 식구들은 무화과를 볼 때마다 자연스럽게 시어머니를 떠올리게 된다.
지금 대한민국은 무화과가 제철인데 미국도 제철 과일로 무화과가 마트에 나온다고 한다. 이번 무화과는 사이즈가 어찌나 작던지 웬만하면 그냥 지나쳤을 사이즈였지만, 시어머니가 생각나서 한 박스 구입했고, 무화과를 들고 나오면서 눈물이 났다고 한다.
시어머니께서는 지난해 갑작스럽게 얻으신 병으로 돌아가셨기 때문에, 시아버지께서는 시어머니의 인생이 허망한 세월이 되어버렸다고 종종 말씀하신다. 이번에도 이 사진을 보시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오신 시어머니의 인생이 허망한 세월이 되었노라고 말씀하셨다. 시어머니께는 그 누구보다도 재밌게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사신 분이시다. 그렇기에 갑작스러운 임종에 주변사람들 모두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허망한 세월이었다는 평을 지금도 하고 계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시어머니 인생은 절대 허망하시지 않았다. 최선을 다해할 일을 다 마치고 가셨다는 생각에 감사하고 있다. 왜냐면 마지막 순간까지 자식들에게 중요한 깨우침을 주셨고, 풀지 못하신 인생의 숙제의 바톤을 우리에게 넘겨주고 가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기본 잣대로 여기는 생각이 하나 있다. 세상의 이치는 단 한 가지도 잘못된 것이 없다 는 것이다. 이 전재로 세상을 바라보면 비로소 역발상의 생각을 할 수 있다. 100% 이건 맞는 거야 라고 생각했던 것을, 혹시 틀린 걸맞다고 우기며 살아왔던 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는 것. 이 자체가 나 자신의 변화의 순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이 인생을 마감하는 것은, 우리는 알지 못하지만, 분명히 이 세상에서 해야 할 일을 다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일이 무엇이었는지, 그 일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는, 살아있는 사람이 알아내고 규명해야 할 몫일 것이다.
나는 나의 죽음을 두고, 사람들이 허망한 세월이었다고 말하지 않기를 바란다. 비록 미미한 삶을 살았다 하더라도 나의 삶을 통틀어 미약한 한 줄기 빛이라도 찾아내어 최선을 다한 삶이었노라고 기억해 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시어머니 역시 할 일을 다 하셨기에 세상을 떠나신 것일 것이고, 무엇인가를 잘 끝내셨기에 급하게 가셨을 것이다.
토요일 오전, 시카고에서 보내온 마트에 파는 무화과 한 상자가 찍힌 사진을 보면서, 산 자와 죽은 자의 인연, 서로의 역할, 인연의 본질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무화과를 볼 때마다 시댁 식구들이 시어머니를 그리워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아직 아무도 시어머니께서 남겨 주신 숙제를 풀지 못하고 계신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숙제를 다 해낸 그때가 되면 무화과를 보게 되면 집안을 위해 희생하시고 가신 시어머니에 대한 감사와 기쁨의 눈물이 흐르게 될 것 같다. 우리는 모두 하나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