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간 잠실야구장 야간경기

by 오늘의 감사

아이를 데리고 잠실야구장 야간경기에 LG를 응원하러 다녀왔다. LG와 롯데의 경기였다. 남편은 한국 프로야구 초창기 MBC 청룡때부터 LG 골수팬이었기 때문에, 그 덕에 아이는 LG경기를 보기 위해 잠실야구장에 4번째 방문이었다.


응원석에 앉아서 경기를 관람하는 아이는 옆에는 LG를 신나게 응원하는 누나들이 앉았다. 그러다 아이는 그 누나들에게서 LG기념 볼을 선물로 받았다. 아마도 그 누나는 아이가 커서도 확실한 LG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처음보는 이쁜 누나의 갑작스러운 LG기념볼 선물에 아이는 눈이 동그래졌다.


이쯤 됐으니 아이는 LG에 대한 확실한 팬심이 생겼을까. 어떨지 너무 궁금해서 다음날 아침에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이제 넌 완전히 LG팬이네?"


그런데 아이의 뜻밖의 대답에 당황했다.


"잘 모르겠어요. 사실 LG와 롯데 경기를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거든요. 어디를 응원해야 되나 고민되더라구요ㅎ"


아이는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LG는 아빠가 좋아하는 팀

두산은 처음 응원한 첫 정이 든 팀

롯데는 좋아하는 외갓집 있는 곳의 팀

한화는 좋아하는 이모부가 응원하는 팀

삼성은 우리 휴대폰이랑 가전제품 만든 팀

SSG는 좋아하는 이마트 팀

KT는 쓰고 있는 통신사 팀

기아는 응원할 이유가 없는 팀


아이는 자기와 관련 없는 기아 빼고는 모든 팀을 다 응원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어느 팀의 경기를 보러가더라도 다 괜찮고, 어느 팀의 응원석에 앉더라도 다 괜찮다고. 그래서 어느 팀을 응원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이 말을 듣고 놀랐다. 아이의 말이 너무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아이는 아빠와 더불어 당연히 LG 열혈팬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빠와의 관계를 넘어 자신의 모든 인간관계를 야구팀에도 대입하고 있었다.


사실 나 역시도 남편의 LG와 부모님 계신 제2의 고향인 부산 롯데와의 경기에서, LG 응원석에 앉았음에도 마음속으로는 두팀을 다 응원했기 때문이다. 나는 학교나 직장에서의 팀전 응원이나 국제 경기에서 대한민국을 응원한 것 말고는 특별히 응원하는 팀이 없다. 대한민국을 목청껏 응원하고 대한민국이 지면 아쉽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각국의 관계가 밀도있게 치밀해지고 신뢰가 쌓여 가족같은 관계가 되면 대한민국만 응원하는 것도 자연스럽게 안 될 것 같기도 하다.


남편과 아이를 따라 이제서야 야구장에 드나들기 시작한 야구 새내기이지만, 야간 경기가 이뤄지는 잠실야구장의 확트인 공간과, 낮에서 저녁으로 이어지는 신비로운 시간의 영역대, 그리고 그 속에서 매번 다양하게 만들어지는 수많은 사람들의 텐션 높은 활기찬 에너지가 참 좋고, 탁 트인 야구장의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먹는 맛있는 음식들도 너무 좋다. 야구 시즌의 야구장은 정말 멋진 장소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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