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기록 6일째
사소한 일로 화가 난 상태로 방석에 앉았다. 화가 나 있는 나의 모습이 보였다. 집착할 대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른 호흡으로 마음을 돌렸다. 안에서 들리는 매미 우는 소리 같은 소리가 오늘따라 유난히 크게 들린다. 소리를 잠시 관찰하다가 다시 호흡으로 마음을 모은다.
저녁을 함께 먹은 동료와 나눈 대화가 떠오른다. 반찬으로 나온 시래깃국이 맛있어서 별도로 포장 주문을 하길래, “맛있는 걸 먹으니 딸내미들이 생각나는 모양입니다.”라고 하니, “아니라고 말을 못 하겠습니다. 딸들이 제가 해주는 시래깃국을 아주 좋아하는데, 요즘은 밥을 못 차려줍니다. 그래서 이렇게라도 해 주고 싶습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선생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따님들은 어떻게 생겼을까?’라는 궁금증도 생기고, 우리 아들과 연결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망상을 하다가, 망상임을 알아차리고, 얼른 호흡으로 정신을 모았다.
오늘은 혼침은 오지 않는다. 망상도 일어나곤 하지만 그리 심하지는 않다. 대신 몸의 움직임이 빨리 안정되었다. 몸의 움직임이 안정되면 마음도 안정된다. 다리의 움직임, 허리의 움직임, 어깨의 움직인, 눈꺼풀의 움직임 등 모든 움직임들이 정지된다. 마치 영화가 스틸 사진으로 바뀌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렇게 되면 몸은 가벼워지고 앉아 있는 것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예전에 태라와다 불교대학에서 1박 2일로 포항 인근의 어느 명상센터로 수련을 갔을 때 느꼈던 것과 같은 편안함과 환희심이 느껴진다. 너무 편해서 잠시 혼침에 빠졌다.
엄마의 웃는 모습이 떠 오른다. 엄마의 얼굴이 마음을 가득 채운다. 엄마가 장난스럽게 웃는다. 나도 따라 웃는다. 웃음이 절로 난다. 그렇지만 침상에 누워 일어나지 못하는 엄마를 생각하니 갑자기 가슴이 저려오며 눈물이 흐른다. 몸이 가볍게 떨린다. 눈물이 떨어진다. 이것도 망상이고 번뇌임을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에 의식을 모은다.
마음이 진정되고 다시 편안해진다. 이렇게 인중 위를 오르락내리락하는 호흡을 한참 동안 느꼈다.
31분으로 맞추어 둔 알람이 울린다.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