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질 가난뱅이
어떠한 특수한 사정으로 30대 후반의 나이에 다시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삶이 진행 중이다.
나는 모태신앙이지만 기독교를 믿는 일부의 사람들이 스스로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신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모습이 싫어서 교회에 반항적이었다. 일이 잘 되면 내가 노력한 것이고, 안되면 내가 노력을 덜 한 것이지 그 모든 것에 왜 하나님의 능력이 반영되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
누구보다 교회에 반항적이었던 내가 요즘은 교회에 알아서 혼자 잘 다니는데 밑바닥에 처음 떨어졌을 당시에 하나님이 나를 도와주셨다는 기분과 깨닮이 들었다. 그래서 이제는 가야겠다 싶었다. 어떻게 보면 하나님께 죄송한 일이다. 기브 앤 테이크와 같은 자세로 신을 대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쉬지 않고 일만 하고 살았는데 올해 초에 돈 한 푼 없이 독립을 하게 되는 크다면 큰 소동이 있었다.
급히 살 집을 구하고 믿기지 않을 타이밍에 적성과 전공에 맞는 직장을 구했는데 길바닥에 나앉지 않고 의식주를 급히 해결하는 과정에서 하나님의 개입이 있었다. 고 확신한다.
당시에는 '아 다행이다.' , '아 운이 좋았다.'로 여겼지만 돌이켜보면 운이라고 하기에는 모든 타이밍이 너무 말도 안 되는 적재적소였다. 나는 그동안 교회를 잘 다니지 않았지만 부모님이 나를 위해 오랜 시간 동안 공을 들여 기도해 주신 기도의 능력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참고로 누군가를 교회에 전도시킬 목적은 없다. 나 같은 은근한 고집쟁이들을 교회로 불러 모으는 일은 가자고 조른다고 해서 될 일이 절대 아니다.
잃지 않을 것들을 되뇌는 글들을 개인적인 일기장 또는 브런치스토리에 매일 적는다.
잃지 않을 것들 : 일상의 감사함, 건강, 용기, 희망, 자존감, 에너지, 행복함, 자아, 목표 의식, 부지런함 등등.
매일 하는 규칙적인 일들을 하며 하루를 정신없이 바쁘게 보내다 보면 이미 겪었던 절망과 해결되지 않은 고난은 잊혀 있다가도 문득문득 생각이 난다.
가만히 걷다가, 빨래를 개다가, 설거지를 하다가, 감자볶음을 볶다가, 양치를 하다가, 개똥을 줍다가 등등.
그래도 다행인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문득문득 떠올랐을 때의 고통은 점점 감경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고통이 감경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고통이 좀 무뎌짐으로 예전보다 일상에 더 지장이 없어지는 것뿐이다.
무작정 기도하고 교회에 나간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하나님은 헌금만 내면 다 해결해 주는 심부름센터 사장님이 아니니까 말이다.
하나님이 지어주신 고통의 진통제(약)가 시간인 것은 분명하지만 완치 판정을 병원에 가서 받는 것처럼 문제의 완치 또한 스스로 움직여서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고 생각한다.
완치 판정받으러 가기 위해 매일 잃지 않을 것들과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머릿속에 가득 담고 아침을 시작한다.
고민을 한다고 해도 해결이 되지 않을뿐더러 시간은 나의 고민을 위해 잠시 멈춰주지 않으므로 막을 수 없는 고민은 지금처럼 일상 속에서 문득문득 되는대로 하고 말면 된다.
어디 고민될 대로 돼 봐라 내가 고통스러워하나!라는 자세로.
고난 중에 있지만 삼시 세끼 챙겨 먹고 집 있고 직장 있고 응원해 주는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어서 가난뱅이지만 행복하다. 선물이 넉넉한 가정의 달이 아니지만 걍 내 행복으로 됐다! 는 5월 자위의 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