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식 차와의 소통
2011년식 마티즈 크리에이브를 중고로 얻어 타고 있다.
함께 한지 아직 한 달도 되지 않았고 동네 마실용으로만 짧게 쓰다가 이번 주말 본가에 가기 위해 첫 장거리 운행을 하게 되었다.
왕복 약 200km, 왕복 4시간 반 정도의 거리.
예전에 중형, 대형차를 신차로 탔을 때는 운전을 조심하는 것 말고는 두려움을 느낄 요소가 없었는데
아직 친해지지 않아 어색하고 오래된 경차와 고속도로를 달리려니 나름 무사고 18년 운전 경력인데도 조금 긴장이 되었다.
'갑자기 본네뜨에서 연기가 나면 어쩌지?', '바퀴가 쫀쫀해 보이긴 하던데 그래도 작아서 괜찮을까?', '고속 주행하다가 창문 열면 창문 뽀개지는거 아니야?' 등등.
확실히 고속 주행에서 경차는 소음과 진동이 컸고 그것 말고는 신경 쓰이는 요소가 딱히 없었다.
그래서 무사히 본가에 다녀와서 집에 도착할 때쯤, 괜히 차에게 미안했다.
내가 주인인데 신뢰를 주지 않고 작고 오래됐다고 너무 못 미더워해서.
차나 자전거, 오토바이와 같이 나의 몸과 신경과 기분이 모두 실리는 물건들은 함께 하다 보면 마치 영혼이 있는 것들처럼 정이 맘껏 드는데 예전에 한 번은 타던 차를 처분할 때 눈물을 흘린 적도 있었다.
(처분하고 새 차를 받을 때 금방 까먹긴 했지만)
이번에 아주 적은 돈으로 차를 사려고 알아보다가 많이 반성했다.
아무래도 예산이 적은 만큼 오래된 차들.. 2001년식, 2003년식, 2007년식 차들을 보게 되었는데 어떤 차는
주인이 한 번도 바뀌지 않고 신차 구매 때부터 지금까지 쭉 1인 소유인 차량도 있었다.
잘 관리하고 정 붙여서 오래오래 한 차를 탈 걸 뭐 그리 실증이 자꾸 나서 3~4년에 한 번씩 차를 바꿔 탔을까!
한 때는 일 하는 보상을 나를 위한 무언가로 치장해서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남들 보기에 좋은 집에 살고 싶었고 탈 수 있는 수준에서 가장 좋은 차를 타고 싶었고 매일 좋아하는 음식들을 푸짐하게 먹고 싶어 했다. 나는 옷이나 신발, 가방, 해외여행, 최신 핸드폰 등에는 관심 없으니 이 정도는 해야 즐겁게 살 수 있다고 그것이 인생의 낙이라고 생각했는데 한 번에 애써 유지했던 것들을 포기하고 아무것도 없이 살아보니 굳이 없어도 괜찮았을 것들이었다.
빚이 많아서 아직 불안감이 사그라들진 않았지만 그래도!!
오래되었지만 안락한 집에서 검소하게 머물고 오래되었지만 경제적인 수동 경차를 끌면서 내공을 다지는 시간을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