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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꾸녕 Aug 22. 2024

오래된 42

리뉴얼 작업

 사람들에게 보이는 나 자신의 모습은 최근 몇 년간 삶에서 경험에 경험을 거듭하며 탈피하면서 만들어진 모습과 아주 아주 오래전부터 형성되어 온 내 모습이 뒤섞여있다.

그래서 엄마나 고향 친구처럼 나를 오래 본 사람들과 기억을 공유하는데서 가끔 혼선이 생긴다.

"너는 늙은 오이 무침을 안 먹지 않았어?"

'내가 그랬던 적이 있었나?'

"너도 닭껍데기 안 먹고 버리지? 엄마도 그래~"

'난 이제 먹는데'

"야 난 사실 회를 별로 안 좋아해. 근데 맨날 회를 먹재."

'내가 왜 몰랐지'

"나 삼겹살 싫어해. 소고기만 좋아해"

'엥? 아닌 거 같던데'

등등.


오래된 사이일수록 당연히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살아가다 보면 보통의 기억들을 하나둘씩 까먹거나 왜곡해서 기억에 다시 새기고, 어른이 되면서 더 다양한 사람들의 정보를 추가로 입력하면서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의 정보가 한 입씩 떼어먹듯 감쪽같이 사라질 때가 있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대화를 해서 업데이트가 필요한데 오래된 사이에는 이미 우리가 너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할 얘기가 그리 많지는 않다. 


그런데 요번에 정말 오랜만에 친구랑 둘이 인왕산에 다녀왔는데, 자가용이 아닌 버스에 몇 년 만에 같이 나란히 앉아서 진중하게 한다는 대화가 웹툰에 대한 이야기였다.

"너 이거 봤냐? 아 이거 보라니까 재밌다고"

"줠라 많이도 보네. 이걸 대체 언제 다 보는 거야"

"이거는 무슨무슨 내용인데 세태 비판적이라서 줠라 재밌고 이거는 어쩌구저쩌구저쩌구어쩌구떠들떠들----"


갑자기 양치를 하다가 버스에서 대화했던 너무 아무렇지 않게 편안했던 장면이 생각이 났다.

오래된 사이의 대화는 서로의 정보에 대해 일부러 알려고 하는 대화가 아니라, 서로의 취향이 뭔지 잊지 않기 위해 덮어쓰고 꿰매는 과정인 것 같다는 생각.


갑자기 대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좀 어색하다.

내가 기억하는 그 정보가 맞는지 오래된 사이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확인하는 작업을 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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