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불안으로부터
불안이란 왜 생기는 것일까?
현재에 만족스럽지 않아서? 타고난 성질 자체가 확실히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두려움을 느껴서? 미래의 내가 더 잘 살았으면 좋겠어서? 책임질 것들이 많아서?
나에게는 손톱 옆에 거스러미를 뜯어서 입술에 문지르는 버릇, 머리에 가마가 두 개인데 이마 쪽에 있는 가마를 비비 꼬아서 만지는 버릇이 있다.
정보가 없었을 때는 어릴 때부터 고치지 못한 안 좋은 버릇이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들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라 찾아보니 신체중심반복행동(BFRB)이라는 증상? 심리적 질환 같은 것이었다.
불안하거나 고민이 있을 때면 이 증상이 더 심해지는데 집중해서 빨리 끝낼 수 있는 일을 가마를 꼬는 것에 집중해서 일 마무리가 늦어진다던가 거스러미를 입술에 문지르다가 입술이 붓기도 한다.
가만히 있을 때면 언제나 손가락을 움직여 거스러미를 만들고 뜯고 만진다.
오래된 것들에는 추억과 경험과 역사가 녹아 있어서 소중히 여기고 더 오래오래 함께 하고 싶은데 이놈의 오래된 습관은 이제 좀 헤어지고 싶다.
이 글을 쓰면서도 다음 문장을 적기 전에 입술을 긁거나 저 거스러미를 검지손으로 부비부비 만지고 있네.
이런 행동은 어쨌든 불안으로부터 시작되는 듯하다.
뭐가 이렇게 나를 불안하게 할까. 나는 오늘에 있는데 머릿속에 나는 항상 언제인지도 모를 명확하지 않은 앞날에 미리 가서 덜덜거리고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가게를 할 때는 가게를 접게 되면 뭘 할지 고민하며 불안해하고, 회사를 다니면서는 퇴사하면 뭘 할지 걱정하며 불안해한다. 결국 불안은 먹고사는 문제에서 오는 것이 확실한데 이 고민과 불안이 과연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돈이 넉넉하게 되면 사그라들까 궁금하다. 돈이라는 것이 넉넉했던 적이 없으니까 모르겠다.
그래서 자꾸 오늘 집중하자. 지금 직업에 집중하자. 파고들자. 자꾸 다른 길을 찾지 말자. 스스로를 다독이고 세뇌시키는 작업을 하게 된다.
N잡러가 유행이라고 한다.
프리랜서로 일하며 시간을 잘 분배해서 단기로 여러 곳에서 일하는 파트타이머를 하는 N잡러들은 본 적이 있어도 주된 직업이 있으면서도 여기저기서 자잘하게 수입을 올리는 사람은 실제로 본 적이 없는데 옆에 있다면 부러울 것 같긴 하다.
그래도 오늘의 나에게 오롯이 집중하자.
내가 무얼 하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은 나처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고민 중 가장 오래된 고민이 아닐까.
내 취향을 확인하고,
내 취미를 잃지 않고,
내 취기를 조절할 줄 알며,
내 취업 또는 직업에 위협이 생기지 않도록 매일 집중하는 오늘의 나를 위한 자세.
나의 신체중심반복행동(BFRB)은 나를 우쭈쭈 하는 나를 위하는 자세를 단단하게 갖는 데서부터 치료가 시작될 것 같다.
자꾸 뭘 하려고 하지 말자! 걍 오늘을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