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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글 Oct 21. 2023

밥상이 나를 키웠다

밥상의 진화

         

딸을 위한 밥상을 나만의 방식으로 요리하고 있다. 처음엔 ‘환자 식단’이라는 의미에만 집착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환자’라는 말보다는 ‘건강’이라는 말이 더 맞는 표현이라는 생각을 했다. ‘건강 식단’에 관심이 있다면 딸이 먹는 음식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바람이 담긴 나의 작은 소망이다.


우리집 밥상이 몸에 쌓인 독소를 배출하고 만성 통증과 염증을 줄여갈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20년 넘게 만성질환자로 살아온 나의 경험을 미루어볼 때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자신에게 맞는 것과 맞지 않는 음식을 찾는 노력은 해야 다. 저탄고지(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요법)나 채식위주의 식단과 저염식(무염식 포함) 식단이 좋다고 해서 맹목적으로 따라가기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식단이 무엇인지 한 번쯤 관심을 기울여보면 좋을 듯하다.


딸을 위해 밥상을 차린다고 했지만, 사실은 그 밥상이 ‘나’를 위한 음식이기도 하다. 전신 통증과 위장 문제가 왜 해결되지 않았는지 도무지 답을 찾지 못했다. 딸이 먹는 음식을 공부하며 서서히 의문이 풀리고 있다. 의학이나 영양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조금은 부족하고 모자라도 나의 노력이 충분히 가치 있다고 믿는다.       






2016년 이후 ~ 2018년 밥상
과도한 저염식을 했던 시기


어느 ㅎ의학 전문가라는 사람은 무염식에 가까울 만큼 딸에게 저염식을 권했다. 그 말이 절대 진리인양 참 지극정성으로 저염식단을 고집한 결과 딸은 저염식 부작용으로 전해질 균형이 무너졌다. 결과는 참담했다. 염증이 더욱 악화되어 전신 부종과 복수, 심장과 폐에 물이 차고 호흡곤란으로 위급한 상황이었다. 이때 갑상선 호르몬 결핍으로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시작되었다. 불가피하게 5개월 동안 투석까지 해야만 했다.  


과한 염분 섭취는 피해야 하지만, 과도하게 저염식을 하는 것 역시 위험할 수 있다. 적절한 소금 섭취는 건강을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21년 이후 밥상
안정을 찾아가는 단계





2023년 밥상




내가 입으로 넣는 음식이 곧 내 몸이 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딸이 치유되고 있는 동시에 내 몸 또한 치료되고 있어 나에게 지난 10년은 값진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실수를 통해 죽을 만큼 힘들어 좌절하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니 내가 그토록 자책했던 '실수'가 나를 더 강하고 분별력 있는 사람이 되는데 큰 기여를 했다.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과잉적으로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에 빠지는 것도 문제지만, 환자나 그 가족의 경우 의학 전문가라고 해서 무비판적으로 의존하거나 순응하는 것을 경계하고 무엇이 최선인지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11년 전과 지금의 나는 분명 달라졌다. 세월을 먹을수록 나의 몸과 마음이 퇴화되지 않고 오히려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잘 살아내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성취할 수 없었을 것이다. 딸과 나는 서로의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며 욕심을 버리고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도록 노력한다. 비록 몸은 멀리 있지만, 늘 가까이 있는 것처럼 관심과 응원을 아끼지 않는 아들이 있어서 더 많이 웃게 된다. 나는 웃음 부자 엄마이다.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이 고맙다. 내 손으로 요리한 밥상을 딸과 함께 먹을 수 있고, 딸이 4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나아졌다. 4년째 염증과 단백뇨 없이 90% 이상 정상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우리의 건강은 우리 스스로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항상 깨어있어야겠다.


밥상에 맛과 웃음을 가득 담아내야겠다. 딸이 맛있게 먹고 맛있게 웃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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