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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글 Oct 11. 2023

먹고 싶은 건 먹고살자

후회로 남지 않게



딸내미 건강 생각한답시고 좋은 음식에 집착했던 때가 있었다. 몸에 좋은 음식을 먹어야 딸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왜 그리도 융통성 없이 살았는지. 몸에 건강한 음식만 먹어야 딸이 병을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 편식을 했던 엄마였다. 먹고 싶은 음식 먹지 못하는 딸의 마음은 헤아리지 못한 답답한 엄마!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정신 건강은 어쩌라고.   


몸에 좋은 음식만 먹고 살아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꾸준히 실천하고 있는 사람은 대단한 끈기의 소유자이자 존경할만한 사람이다. 나는 감히 흉내 낼 수도 없지만, 앞으로도 건강한 음식만 먹고살 수는 없을 것 같다. 한 번 사는 인생 먹고 싶은 것도 가끔은 즐기며 살아야 살맛 나는 세상이지 않을까?      


평소에는 딸과 나의 몸을 위한 식단 꾸준히 먹고 간간이 딸과 내 마음이 원하는 것도 먹어야 살아갈 맛이 난다. 가끔 먹는 짜장면이나 치킨은 먹을 때마다 황홀하다. 이렇게 맛있는 먹거리를 참고 살라고 딸에게 강요하다니. '엄마가 나빴네~.'


먹고 싶은 것을 먹지 못하고 참기만 한다면 어느 순간 꾹꾹 눌러왔던 마음이 폭발한다. '내 마음도 좀 봐 달라고!' 몸에 유익하지 않을 만큼 자주 먹는 것은 문제가 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오히려 딸과 나에게는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심리적 안정을 유지하는데 도움 된다.








“엄마, 오늘 면 요리 당기지 않아요?”     


“면 요리 좋지. 그럼 오늘은 콩국수 먹을까?”     


건강한 음식에 집착했을 때 나의 반응은 이렇지 않았다. 얼굴이 어두워지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면은 정제 탄수화물인데? 비정제 탄수화물과는 다르게 건강에 해로워서 제한해야 할 텐데. 혈당을 급격히 오르게 하면 어쩌지? 염증을 유발하면 어쩌나, 심혈관 질환에 안 좋다던데.....’     


쯧쯧. 참 걱정도 팔자다. 딸이 과도하게 먹는 것도 아니고 적절히 조절하며 먹는 것을 이렇게 걱정할 일인가? 내가 이렇게 답답하게 살았다. 병(루푸스)에 대한 모든 것이 낯설고 겁이 나서 그랬다. 서서히 여유를 찾아가며 지금은 먹고 싶었던 음식을 기분 좋게 만끽하는 대범한 엄마가 되었다. 대신에 외국산 밀 대신 우리밀로 만든 소면을 사용한다던지, 외국산 콩으로 만든 두부보다는 유기농콩 또는 국산콩을 사용한 두부를 사용하여 걱정을 완화(?)시킬 수 있는 '조금 더 몸에 좋은 대체품'을 이용해 요리하는 편이다.










이번 여름에 먹었던 면 요리다.



삶은 콩 대신 두부를 이용한 두부 들깨콩국수




딸이 좋아하는 콩국수는 올해도 자주 먹었다. 삶은 콩 대신 두부를 이용한 두부 들깨콩국수다. 두부 들깨콩국수는 백종원 콩국수 레시피를 참고해 들깨의 고소함과 영양까지 생각한 딸의 아이디어이다.  




두부면 칼국수 / 열무 국수




두부면 칼국수는 올해 처음 먹어봤는데 까슬까슬한 식감이라고 해야 할까? 나와 딸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특히 나에게는 두부면이 부담스럽다. 장에 가스가 차고 오랜 시간 동안 소화가 되지 않았다. 두부라고 다 똑같은 두부는 아닌 듯하다. 더운 여름엔 얼음 동동 띄우고 설탕과 식초를 넣은 새콤 달콤한 열무국수가 가장 생각난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사진을 보니 침이 고인다.




두부 들깨콩국수




두부, 참깨와 들깻가루, 소금, 설탕, 물을 넣어 믹서에 갈아 콩물을 만든다. 소면을 삶아 찬물에 살살 비벼가며 전분기를 빼준다. 탱글탱글한 소면을 그릇에 담고 콩물과 얼음을 넣어주면 콩국수 완성!     


두부 들깨콩국수. 집에 두부만 있으면 언제든 부담 없이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나는 콩 요리 소화가 부담스러워 콩국수를 좋아하지 않는데 딸내미표 들깨콩국수는 유일하게 한 대접 거뜬히 먹을 수 있다. 고소하고 달달구리하니 맛나다.     


콩국수 좋아하는 분께 꼭 추천하고 싶은 레시피.    


딸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때면 세상을 얻은 듯 얼굴에서 행복한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아이처럼 웃는 딸을 보면 덩달아 나도 함께 웃게 되니 기쁨이 배가 된다. 아파도 웃을 수 있는 매 순간순간이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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