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고기를 좋아한다. 고기를 좋아하는데 밥상은 주로 풀밭이다. 채식 애호가지만, 고기반찬이 올라오면 딸은 감탄사를 날리곤 한다. ‘우와~!’ 냉동고에 고기가 떨어지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고기를 주식처럼 먹기보다는 몸이 원하고 입에서 당길 때만 먹는다.
'삼겹살은 구워야 제맛이지~.' 이건 정말 인정이다! 하지만 찜으로도 충분히 맛있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어떻게 하면 고기를 건강하게 먹을 수 있을까 생각하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목살이나 삼겹살에 된장을 발라 찜으로 먹기도 하는데, 딸의 반응이 괜찮다. 마늘을 다져 돼지고기에 범벅하듯 발라서 찜으로 먹기도 한다. 마늘을 다질 때 생강도 조금 넣어준다. 마늘의 알싸함은 고기에찰싹 달라붙어잡내를 잡아간다. 기름기가 알맞게 빠진 부드러운 식감을 좋아하는 딸 입맛에 완전 안성맞춤이다.
딸 입맛에 맞게 담근 배추김치
보쌈을 만드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나는 물에 삶아 내기보다는 찜으로 요리하는 편이다. 수육용 돼지고기는 두툼해서 반으로 갈라서 쪄준다. 삼겹살이나 목살은 찌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아 급하게 식사 준비를 해야 할 때 괜찮은 조리법이다.
찜기에 양배추나 양파 또는 대파를 깔고 후추와 다진 마늘이 범벅된 고기를 올린 후 월계수 잎을 3~4장 정도 얹는다.
2주 전 김치를 담가서 마늘 보쌈과 함께 먹었다. 딸과 나는 며칠 굶은 듯 정신없이 폭풍 흡입을 했다. 먹는데 정신이 팔려 사진은 찍지 못했다. 김치를 담가서 한 통은 냉장고에 바로 넣고 한 통은 이틀 동안 발효시킨다. 갓 버무린 김치보다는 적당히 발효된 김치를 딸은 더 좋아한다. 다음부터는 김치 담가서 전부 발효시켜 먹어야겠다.
김치 위에 놓여있는 것은 올해 6월에 담근 매실청. 씨를 빼고 담가서 매실까지 먹을 수 있다
오늘은 마늘 보쌈을 발효된 김치와 함께 먹었다. 마늘 보쌈의 맛을 음악으로 표현하면 ‘크로스오버(crossover)’를 듣는 느낌이랄까?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혼합된 크로스오버를 개인적으로 좋아해서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마늘 보쌈을 찬찬히 음미할 때 돼지고기에 스며든 마늘, 생강, 후추, 월계수 잎 향. 서로 다른 네 가지 맛이 모두 느껴진다. 마치 천상의 하모니 ‘크로스오버(crossover)’를 듣고 있는 듯하다. 대단한 재료가 들어간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훌륭한 맛을 느끼게 해 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체육관에서 가볍게 운동한 후 먹는 딸과 나의 저녁 한 끼. 마늘 보쌈이 우리 모녀의 조촐한 밥상을 풍요롭게 빛내주어 감사!